기아 EV6 GT가 페라리 푸로산게(Purosangue)를 상대로 벌인 드래그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됐다. (카와우 유튜브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가 페라리를 이겼다?” 전기차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페라리 만큼은 넘어서질 못할 것이라는 통념이 깨졌다. 런던 외곽의 드래그 스트립에서 기아 EV6 GT가 ‘슈퍼카의 슈퍼카’로 불리는 페라리 푸로산게(Purosangue)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영국의 인기 자동차 유튜브 채널 '카와우(Carwow)'의 드래그 레이스에서 EV6 GT는 첫 시도부터 푸로산게를 여유있게 제쳤다. 페라리가 출발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EV6 GT는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 토크를 활용해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한 판으로 끝난 승부도 아니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푸로산게가 보다 매끄럽게 출발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또 한 번 뒤처진 푸로산게 드라이버는 “이 차 왜 이러는 거지? 창피하다”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세 번째 시도에서도 EV6 GT는 푸로산게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결국 네 번째 레이스에서 EV6 GT가 런치 컨트롤을 해제하고 수동 모드로 달린 끝에 푸로산게는 간신히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EV6 GT는 기아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앞뒤에 듀얼 모터를 장착해 시스템 합산 출력은 641마력, 최대토크는 770Nm에 달한다. 런치 모드를 사용할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60mph)까지 3.4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는 261km/h에 이른다. 영국 현지 기준 가격은 약 8000만 원대다.
기아 EV6 GT
반면, 푸로산게는 V12 6.5ℓ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715마력, 716Nm을 발휘한다. 0→60mph 가속 시간은 3.3초, 최고 속도는 311km/h에 달하고 가격은 약 6억 원에 이른다. 두 차량 모두 공차중량은 약 2.1톤대로 비슷하다.
수치만 보면 EV6 GT가 푸로산게를 이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는 전기차의 폭발적인 가속력에 푸로산게가 맥없이 밀렸다. 런치 모드 기준으로 EV6 GT는 400m를 11.4초에 주파했고, 푸로산게는 11.5초였다. EV6 GT가 수동 모드로 달린 경우에는 12.1초를 기록했다.
다만 급제동 대결에서는 페라리가 우세했다. 푸로산게의 세라믹 브레이크는 고속에서도 뛰어난 제동력을 유지했지만, EV6 GT는 고속 주행 후 제동 성능이 다소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5배 이상 차이 나는 전기차가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사실은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고성능의 기준이 전기차로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