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투자 전략의 중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국내 증시 역시 AI 기반 투자 시스템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AI가 포트폴리오 구성, 리스크 관리, 수익 예측 전반에 걸쳐 활용되며 투자 판단의 기준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StatInve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기반 모델을 활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성과가 기존 방식 대비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AI는 글로벌 운용업계의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권도 이에 발맞춰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생성형 AI 기반 차트 분석 시스템 ‘차분이’를 도입한 데 이어, AI 컨센서스 추적기, GPT 뉴스레터 등 다양한 알고리즘 기반 분석 도구를 운용 중이다. KB증권은 상담부터 자산배분까지 모든 영역에 AI를 도입한 'Stock AI' 플랫폼을 본격 상용화했다.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역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를 활용한 리서치 및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정교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증권 리서치 영역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투자 전략 설계 과정에서도 데이터 기반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계도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개인 투자자 대상 AI 투자 앱 ‘핀트(fint)’는 누적 수익률 45%를 넘기며, 코스피200 대비 초과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20~30대 투자자 사이에서 사용률이 급증하며, AI 추천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자동 구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AI 투자 전략의 장점으로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 감정 개입 없는 기계적 리밸런싱, 시황 반응의 속도 등이 꼽힌다. 실제로 주요 알고리즘은 실시간 뉴스, 애널리스트 전망치, 소셜미디어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매매 타이밍을 판단한다.
그러나 AI 모델이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학습한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돌발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판단 기준이 블랙박스에 가까워 오류 발생 시 책임소재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AI 추천 종목이 테마주에 집중되면서 투자 쏠림과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의 판단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는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과신할 경우 오히려 투자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투자자의 목적과 리스크 성향에 맞춘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AI·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이 증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성능 GPU 확보와 AI 인프라 지원 정책이 AI 테마주 및 관련 업종 중심으로 시장 흐름을 재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술이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스며들며, 증권업계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AI와 공존하는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알고리즘의 설명력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인간과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할 때 진정한 투자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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