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이 전기 밴 'ID.Buzz'의 미국 수출을 전면 중단하며 자사의 북미 전기차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공식적으로는 좌석 너비 규정 준수에 대한 리콜이 원인으로 언급되었지만, 내부 소식통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도입한 징벌적 관세가 실질적인 이유라고 지목하고 있다.
독일 경제매체 한델스블랏은 미국이 지난 4월 이후 유럽산 차량에 대한 수입 관세를 2.5%에서 27.5%로 대폭 인상했으며, 5월에는 모터,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도 이 세율을 적용하도록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독일 하노버에서 생산되는 ID.Buzz의 미국 수출을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폭스바겐 상용차 대변인도 리콜을 언급하며 수출 중단을 확인했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리콜이 아니라 관세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관세의 영향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1분기 1,900대 이상이던 ID.Buzz의 대미 수출량은 2분기 약 570대로 급감했으며, 5월에는 단 2대만 선적됐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CEO는 새로운 무역 장벽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이러한 조건에서의 수출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관세조치로 2025년에만 누적 영향이 11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폭스바겐은 당초 ID.Buzz를 미국 시장의 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 모델로 포지셔닝하고 연간 4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이번 수출 중단으로 야망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ID.Buzz는 하노버 공장에서만 생산되며, 미국 내 현지 생산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30일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미국 시장의 전기차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ID.Buzz가 다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향후 EU-미국 간의 관세 협상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내부 관계자는 한델스블랏에 긴급히 구호가 필요하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폭스바겐의 북미 전동화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