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자사의 H20 AI 칩을 중국에 다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는 2024년 도입한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일부를 완화하며, H20 칩의 중국 출하를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수개월간 중단됐던 중국 시장 판매를 2025년 7월 중순부터 재개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상무부로부터 명확한 라이선스 보장을 받았다”며, “곧 출하를 시작하고, 중국 고객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H20 칩을 탑재한 서버는 이달 말부터 항저우와 선전에 우선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 희토류 협상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함에 따라, 미국도 전략적으로 비군사용 AI 칩에 한해 수출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H20은 미국이 2024년부터 도입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돼 출하가 중단된 바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해당 발표 이후 나스닥 장전 거래에서 4.8%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고, 반도체 ETF들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 시장 재개로 엔비디아는 분기당 최대 80억 달러의 손실 가능성을 복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CEO는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AI 기술 스택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길 바란다”며, “엔비디아는 세계 AI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중국 기술기업들이 미국 칩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수출 완화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H20을 포함한 AI 반도체의 군사 전용 여부에 대한 정기 검토 절차가 마련될 전망이다.
H20은 블랙웰(B100) 아키텍처 기반의 최상급 AI 칩에 비해 연산 성능이 제한된 제품으로,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양을 조정해 전략 수출용으로 설계한 모델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 칩을 주로 대규모 언어모델 훈련용 GPU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수출 재개는 단순한 허가를 넘어, 미·중 간 기술 주도권 경쟁이 현실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여전히 기술 우위를 지키는 한편, 시장 주도권과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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