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발 소식만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 출시 전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출시 중단 소식이 들려온 게임은 무려 17종에 달한다. 이전까지는 소규모 프로젝트 혹은 인디 게임사들의 작품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난해부터 불어온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와 개발비용의 급격한 상승. 그리고 2025년 게임 시장 성장 둔화로 등 다양한 이유로 이미 수백억 원이 달하는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들도 개발이 중단되어 이전과 다른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다.

MS의 '퍼펙트 다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퍼펙트 다크’는 2000년 발매되어 ‘007 골든아이’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FPS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엑스박스를 대표했던 FPS 게임 '퍼펙트 다크'의 리부트 버전이다.
이 게임은 MS 산하 스튜디오인 ‘디 이니셔티브’와 툼레이더를 개발한 크리스털 다이나믹스가 공동 개발을 맡으며 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았고, 2020년 게임 어워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2024년 ‘Xbox 쇼케이스’를 통해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는 등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4일 MS는 전체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약 9,000명 규모의 해고를 추진하면서 개발을 맡았던 ‘디 이니셔티브’가 공식 해체되었고, '퍼펙트 다크' 역시 프로젝트 공식 취소가 발표됐다.

이 대규모 해고에 중단된 프로젝트는 또 있다. 바로 ‘에버와일드’다. 레어(Rare)가 개발 중이던 ‘에버와일드’는 2019년 공개 당시부터 엑스박스 진영 핵심 독점작으로 주목받았다.
서정적인 그래픽과 자연과의 교감을 주제로 한 독특한 비주얼 등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에버와일드’였지만, 이후 별다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결국 MS의 대규모 해고 소식과 함께 프로젝트 공식 종료가 전해졌다. 이 여파로 35년 동안 ‘반조- 카주이’ 등을 개발한 디렉터 그렉 마일레스(Gregg Mayles)가 스튜디오를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단은 MS뿐만 아니다. 지난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엄청난 실패를 겪었던 워너브라더스 역시 신작 게임 ‘원더 우먼’ 개발을 공식 중단했다. 지난 2021년 ‘게임 어워드’를 통해 처음 공개된 ‘원더 우먼’은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등을 개발한 모노리스 프로덕션이 개발을 맡아 큰 기대를 받았다.
더욱이 2021년 이후 1억 달러가 넘는 개발비가 투입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대작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4년 개발 난항으로 개발진이 대거 변경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결국 2025년 2월 25일 워너브라더스가 게임 부문 수익성 증가를 위해 ‘모노리스 프로덕션’ 등 3곳의 게임 스튜디오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원더 우먼’ 프로젝트 역시 공식 종료됨을 알렸다.

스퀘어에닉스도 자사의 간판 게임인 킹덤하츠의 신작 ‘킹덤하츠 미싱링크’의 개발을 취소했다. 2022년 ‘킹덤하츠 IV’와 함께 20주년 프로젝트로 발표된 ‘킹덤하츠 미싱링크’는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되어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5년 5월 14일 공식 개발 취소를 밝혔다.

마인크래프트의 후속작으로 기대받았던 ‘하이테일’ 역시 개발 취소의 길을 걸었다. 마인크래프트의 최고 인기 서버 ‘Hypixel’ 개발팀이 설립한 ‘하이픽셀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이었던 이 게임은 2020년 라이엇 게임즈가 공식 인수하면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실제로 ‘하이테일’은 2018년 공개한 게임 영상 하나가 한 달 만에 6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면서 엄청난 기대를 모으며, 2021년 베타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나, 개발 일정이 연기되었고, 결국 2025년 공식 개발 취소를 밝혔다.
여기에 소니 역시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2종의 게임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정리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번지에서 온라인 FPS로 개발 중인 ‘마라톤’ 역시 표절 논란 및 게임성 논란에 휩싸이며, 출시 연기 발표되어 정식 서비스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2025년 유독 대형 게임들의 개발 취소가 잇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의 압박이 1순위로 꼽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난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개발비용과 인력비용이 크게 상승했고, 중견급 프로젝트 평균 개발 비용이 500~900억 원에 달하고, AA급 대작은 천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투자사의 압박 역시 심해졌고, 여기에 2025년 게임 시장의 성장 둔화로 예상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 역시 커지자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또한, 2023년부터 불어온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개발사가 잇따라 폐쇄되자, 개발 중인 프로젝트 역시 덩달아 사라지고 있으며, 라이브 서비스 경쟁 격화로, 서비스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프로젝트 역시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4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고도 출시 2주 만에 서비스가 종료된 '콘코드'의 참사에서 보듯, 이제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블록버스터 게임이라고 주목받는 시대에서 벗어났다”라며, “이는 콘솔& PC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주의 깊게 봐야하는 부분이며, “한 번에 대박”을 노리기 보다 운영 리스크 관리와 생존 가능성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