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테슬라의 새로운 3열 전기 SUV, ‘모델 Y L’의 출시가 임박했지만, 현지 시장 반응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기존 모델 Y의 롱 휠베이스 버전으로 보이는 이 차량은, 공간 개선 외에는 뚜렷한 상품성 변화 없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3열 중형 SUV 세그먼트에 진입하게 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다양한 3열 전기차(EV) 및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이 포진한 치열한 전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델 Y L이 과연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는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쟁 모델들의 공세…벌써부터 ‘포화 상태’
리오토(Li Auto)의 i8, 온보(Onvo)의 L90, BYD의 탕 L(Tang L), 린크앤코(Lynk & Co)의 900, 아이토(Aito)의 M8 등은 이미 고성능 파워트레인, 넓은 3열 공간, 합리적인 가격, 혁신적인 배터리 교환 시스템 등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오토 i8의 3열 레그룸은 무려 875mm(약 34.4인치)에 달하며, 이는 기아 EV9보다 넓은 수준이다. 90~97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447마일(약 719km)의 주행 가능 거리도 자랑한다. 반면, 모델 Y L의 3열 공간 개선 수준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기존 모델 Y의 협소한 3열 탑승 환경을 고려하면 극복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온보 L90은 혼다 파일럿급 크기의 3열 전기 SUV로, 베이직 모델 기준 약 3만9000달러, 배터리리스 프로그램(BAAS) 이용 시에는 2만7000달러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테슬라 모델 Y L의 가격은 아직 미공개 상태지만, 이들과 직접 경쟁하려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YD 탕 L은 전기차 최초로 메가와트급 초고속 충전을 실현했으며, 실내 품질과 성능도 독일 프리미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린크앤코 900은 대형 럭셔리 SUV급 공간을 갖추고도 약 4만3000달러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랜드 피로감+혁신 부족”…중국서 퇴조하는 테슬라?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테슬라가 보여주는 제품 전략에 대해 “저에너지, 저투자”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내 경쟁 브랜드들은 새로운 플랫폼, 전용 차체,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단순히 모델 Y의 휠베이스만 늘린 차량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 Y는 중국 내에서 강한 가격 인하 정책으로 상반기까지 판매량을 방어해왔지만, 혁신 부재와 공간 경쟁력 부족, 실내 품질 논란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경쟁력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자동차 평론가들은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단순한 가격 경쟁이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테슬라가 신차 개발과 시장 맞춤형 제품 전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향후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가 이번 ‘모델 Y L’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을지, 혹은 오히려 브랜드 퇴조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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