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아크틱 서클에서의 겨울 테스트를 하고 있는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의 출시가 또 늦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출처 : JLR)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재규어랜드로버(JLR)가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로 추진해 온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2025년 말로 계획됐던 인도 시기는 2026년 중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향후 출시될 재규어 전기차 라인업도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JLR은 이번 결정을 두고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의 품질을 더욱 정밀하게 검증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신뢰성과 주행 성능 확보를 위한 테스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으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레인지로보 출시 연기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JLR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설계한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급 SUV를 생산하는 만큼, 초기 품질과 완성도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 파워트레인의 안정성, 소프트웨어 정합성, 고속충전 시스템 등 복합 기술을 정밀 검증하기 위한 개발 기간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대외 환경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프리미엄 EV 수출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JLR은 미국 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부활한 25% 수입차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과정보다는 관세 등 대외적 환경에 따라 신차 출시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주요 시장에의 수요 정체도 조기 출시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외에도 JLR의 향후 출시 예정인 주요 전기차 모델 일정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코드명 ‘타입 00’으로 알려진 재규어 브랜드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는 오는 2026년 8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6개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형 SUV ‘레인지로버 벨라’의 전기차 버전은 2026년 4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관련 부품 수급과 인증 절차 문제로 역시 일정 연기가 예상된다. JLR은 이번 출시 지연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재규어 브랜드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고 랜드로버 역시 전동화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장기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JLR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의 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서두르는 것보다 정확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한 뒤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전동화 목표는 유지하되 속도보다는 완성도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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