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반환점을 돈 F1 2025. 선두권에서는 맥라렌 듀오, 랜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생애 첫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다음 세대의 주역 자리를 노리는 루키 드라이버들의 존재다.
2025년 시즌은 예년보다도 유난히 루키들의 데뷔가 두드러진 해다. 풀 시즌 출전은 처음이지만,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지닌 신예 7명이 올 시즌 무대를 밟고 있다. 이들이 전반기 동안 보여준 성과는 단순한 포인트 기록을 넘어, 향후 F1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다음은 시즌 전반기를 기준으로 한 루키 7인의 현재까지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한 중간 점검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고교생 드라이버'의 놀라운 침착함, 안토넬리의 진짜 데뷔는 지금부터
올 시즌 루키 중 단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메르세데스의 아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다. 루이스 해밀턴의 후임으로 낙점받은 18세 이탈리아 출신 드라이버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재능을 증명해냈다. 첫 출전이었던 호주 그랑프리에서 16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4위로 체커기를 받았고, 일본에선 최연소 랩 리더와 파스티스트 랩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캐나다에서의 첫 포디움. 3위로 경기를 마친 안토넬리는 시즌 12라운드까지 63포인트를 획득, 드라이버 순위 7위에 올라 있다. 팀 동료 조지 러셀과 함께 메르세데스를 컨스트럭터 3위에 안착시키고 있는 주역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6경기 중 4차례 리타이어를 기록하면서 안정성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루키답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과 타이어 관리 능력은 이미 고참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지금부터는 실수 없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요구되는 완성도도 높다는 점에서 그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묵묵히, 그러나 꾸준하게…'작은 프로스트' 하자르의 존재감
레이싱 불스의 아이작 하자르는 눈에 띄는 성과보다는 성실함으로 점수를 쌓아가고 있는 루키다. 개막전에서 예선 11위로 주목을 받았지만, 경기 전 사고로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예선 Q3에 진출하며 빠르게 신뢰를 회복했다.
하자르는 시즌 전반기 6차례 예선 Q3 진출, 5차례 포인트 피니시를 기록하며 팀 내 에이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모나코에서는 팀의 전략적 지원을 바탕으로 6위를 차지하며 루키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남겼다.
프랑스 현지 언론이 그에게 ‘작은 프로스트’라는 별명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무리한 오버테이크보다는 계산된 방어와 꾸준한 랩 타임으로 레이스를 풀어가는 방식이, 4회 월드 챔피언에 오른 알랭 프로스트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굴곡, 그러나 되살아나는 의지…로손·베어만·보르톨레토

리암 로손은 시즌 초 레드불에서 단 두 경기 만에 세컨드 팀인 레이싱 불스로 강등되는 시련을 겪었다. 뉴질랜드 출신의 그는 자존심을 다치기도 했지만, 복귀 이후 다시 점차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 모나코에서 팀을 위한 완벽한 팀 플레이로 하자르의 포인트 피니시를 도왔고, 오스트리아에선 본인의 시즌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라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하스의 올리버 베어만 역시 개막 이후 기대 이상의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반복되는 실수와 페널티로 주춤했다. 중국에서 8위, 바레인과 일본에서 연속 포인트를 기록했지만, 모나코와 영국에서는 적기 상황에서의 규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으며 좋은 예선 성적을 스스로 망쳤다. 속도 자체는 동료 오콘과 대등할 정도지만, 그 속도를 성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브리엘 보르톨레토는 시즌 초반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머신의 성능 개선과 함께 점차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F3와 F2를 연속 제패하며 이름을 알린 보르톨레토는 오스트리아 GP에서 예선 10위, 결승 8위로 첫 포인트를 기록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페르난도 알론소의 존재 또한 흥미로운 포인트다. 다음 시즌 팀이 아우디로 전환되는 가운데, 그는 내부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리 잃은 두한, 희미한 존재감의 콜라피토…남은 기회는?

알핀의 잭 두한은 2025시즌 초반 6경기를 치르고 시트를 잃었다. 개막전 리타이어, 중국에서의 13위를 끝으로 경기력 저하와 사고가 겹치며 프랑코 콜라피토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것. 현재는 리저브 드라이버로 다시 돌아가 있는 상태지만, 재승격 여부는 불투명하다.

콜라피토 역시 아직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윌리엄스 시절엔 깜짝 입상을 기록한 바 있지만, 알핀 이적 이후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예선에서 두 차례 사고를 낸 점도 감점 요인이다. 중남미 기업 클라로(Claro)를 주요 스폰서로 유치한 것이 지금까지의 가장 큰 성과라는 씁쓸한 평가도 나온다.

후반기, 누가 살아남을까
루키에게 있어 F1에서의 한 시즌은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계약을 보장받지 못한 젊은 드라이버들에게, 실수는 곧 탈락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토넬리, 하자르, 로손은 이미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베어만과 보르톨레토는 남은 경기에서 한두 번의 인상적인 성과가 절실하다.
그리고 콜라피토와 두한은 사실상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단기적인 성적만으로 평가받는 냉혹한 무대에서, 이들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25시즌 후반기, 루키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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