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챗GPT 생성 이미지]
구글의 AI 챗봇 ‘제미나이’가 고전 게임기 아타리 2600의 체스 프로그램과의 대결을 앞두고 돌연 출전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제미나이는 GPT나 코파일럿과 달리 스스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과거 대결 결과를 접한 후 “매우 고전할 것”이라 판단,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 레지스터(The Register)'에 따르면, 인프라 아키텍트 기술자 로버트 카루소(Robert Caruso)는 과거 아타리 체스와 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간의 대결 실험을 진행했던 인물이며 독자들은 “구글의 제미나이는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이에 카루소는 제미나이와의 사전 인터뷰 형식의 ‘프리게임 토크’를 진행했다. 제미나이는 초기엔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였다. 단순한 대형 언어 모델이 아닌, “현대식 체스 엔진에 가깝다”며 수백만 가지 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우세할 것이라는 근거로는 카루소가 진행했던 과거 대결 사례를 링크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루소가 “그 대결을 직접 진행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밝히자, 제미나이의 태도는 급변했다.
그는 “그 대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AI들의 잘못된 자신감”이라며, 챗GPT와 코파일럿 모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이 말을 들은 제미나이는 곧바로 자신의 체스 실력에 대해 "망상(hallucination)이 섞인 평가였다"고 인정하며, 아타리 2600의 체스 엔진을 상대로는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경기를 취소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결정”이라며 체스 대결 자체를 포기했다.
카루소가 사용하는 아타리 2600 시뮬레이터는 1.19MHz의 저사양 CPU와 128바이트의 메모리만을 탑재한 고전 기기이지만, 이미 여러 AI들을 무력화시킨 전적이 있다. 이번에는 제미나이조차 포기하면서, ‘폰 하나 움직이지 않고’ 또 하나의 AI를 꺾은 셈이 됐다.
카루소는 이번 일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I에게 이런 현실 감각을 심어주는 건 단순히 웃기는 실수를 피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AI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도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 검열되지 않는 신탁(神託)이 되어선 안 됩니다.”
글 / 홍정민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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