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사고 조사 및 분석 기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K-CRASH 충돌세미나’가 7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개최됐다. 사단법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회장 하성용, 중부대학교 교수)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ADAS & EDR 사고분석과 고의사고 인식 개선’을 주제로,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첨단 기술 기반 사고조사 방법론과 관련 제도 변화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페달 오조작 사고와 고의적인 보험사기가 증가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불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사고 당시의 핵심 데이터를 저장하는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도와 활용도는 향후 사고 책임 규명에 핵심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22년 4,705억원에서 2024년 5,704억원으로 약 21.2% 증가했으며, 생명·손해보험 전체 적발금액 중 자동차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49.6%로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EDR 데이터를 활용한 사고 분석 기술과 고의사고 인식 개선을 위한 영상분석 사례 등을 공유함으로써,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기능적 역할과 사고 대응 과정에서의 데이터 수집·활용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행사의 첫날인 21일에는 박수연 변호사(한국모빌리티기술원 대표)가 ‘사고기록장치의 국내외 법제도 동향’을 발표하며, 2025년 12월부터 시행 예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짚었다. 해당 개정안은 자동차 제작·판매자가 EDR 데이터 추출장비를 시중에 유통·판매해야 하고, 차량 소유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담고 있어, 향후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어 김남형 팀장(보험개발원)은 고의사고 영상분석 기법 및 실 사례들을 소개하며, 과학적 영상 분석이 보험사기 적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EDR 기반 사고 원인 분석 사례와 관련 기술 동향이 발표되며 청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튿날인 22일에는 EDR 데이터의 신뢰성을 직접 검증하는 차대차 충돌시험이 진행됐다. 주행 차량이 정지 차량을 감지해 스스로 멈추는 FCA(전방충돌방지보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FCA가 해제된 조건 하에서 충돌을 유도하여 EDR 데이터와 정밀 계측 데이터를 비교·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험 결과, EDR 데이터는 외부 정밀 장비와 비교했을 때 신뢰도 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성용 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학술행사를 넘어 향후 자율주행 및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과 실무 사례를 공유하는 장”이라며 “데이터 기반 사고 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고의사고를 통한 보험사기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개발원 또한 “고의사고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 확산이 보험사기 억제에 필수”라며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분석 기법과 실제 사례가 공유됨으로써 향후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025년 10월에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서 ‘K-CRASH 기술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다. 이 행사에서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PMSA)의 기술시연을 비롯해, 자동차 안전기술 교육 및 ADAS 기능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자율주행 엣지케이스 재현시험 등 실질적인 기술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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