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은신화 오공’ 등 중국 게임사들의 야심작들이 전세계 시장을 강타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개발력과 속도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압도적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인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 유명 개발사들까지 손에 넣으면서, AAA급 대작 게임 경쟁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야심작 ‘연운’의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하는 넷이즈의 에버스톤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겨, 이렇게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중국 게임사들의 놀라운 추진력의 비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다.

넷이즈는 장수 게임 ‘몽환서유’를 비롯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중국 서비스 등으로 규모를 키운 회사로, 현재는 텐센트에 이어 중국 2위 자리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도 ‘원스휴먼’, ‘마블 라이벌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지난해 넷이즈의 게임사업 부문 매출은 836억 위안으로, 국내 게임업계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넥슨이 기록한 매출 4조원의 4배에 달한다.

‘연운’을 개발한 에버스톤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은 넷이즈 항저우 캠퍼스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AI 등 첨단 산업 기업들의 육성을 지원하면서 중국 최대 혁신 스마트시티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넷이즈 항저우 캠퍼스는 캠퍼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큰 규모의 대학교와 비교될 정도의 넓은 부지를 자랑하며, 하나가 아니라 2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어,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 전체를 하나의 게임사가 운영하고 있는 듯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심지어 광저우에 위치한 캠퍼스는 항저우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다수의 개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캠퍼스 내부는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직원 식당을 비롯해, 건강 단련을 위한 헬스장,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위한 체육관, 심지어 AI가 몸 전체를 스캔한 후 혈자리를 찾아 알아서 마사지를 해주는 AI 로봇 마사지 센터도 존재했다. 개발자들이 온전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코딩을 하고, 식당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젊음이 가득한 대학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넷이즈 관계자에게 들은 개발자들의 모습은 치열함 그 자체였다.

다수의 개발 스튜디오들이 성과 경쟁을 펼치다보니, 책상 옆에 간이 침대가 기본이며,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개발팀은 사내 방송으로 자랑해주고, 바로 합당한 인센티브가 지급되다보니,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생각보다는 경쟁 대상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한다. 단기간에 전세계를 놀라게 만든 히트작들이 놀라운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실력 위주의 무한 경쟁 덕분인 것이다.
워라밸을 중시 여기는 해외 개발사의 경우 중국 내부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로 업무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투자 계약 당시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넷이즈는 최근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를 개발한 일본 오우카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물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못 버티고 나가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고급 개발 인력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엄청난 취업난으로 인해 유명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만큼, 성과를 낸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게임산업에 고급 인력들이 계속 몰려들 수 밖에 없다.
전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게임을 중국 자체 기술력으로 만들겠다는 자부심도 엄청났다. 과거에 중국 게임들은 해외 유명 게임들을 베껴서 만든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물론, 사운드실에서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효과음을 직접 녹음하고 있으며, 게임 내 건축물을 직접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3D 모델링으로 구현하는 등 퀄리티로 승부를 보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중국은 강력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규모의 스튜디오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전 세계 유명 게임 개발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과물들을 빠른 속도로 쏟아내고 있다. 개발 자금, 개발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계속 갈고 닦아, 게임 이용자들에게 기존에는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