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비용 절감과 작업 효율성을 이유로 AI 더빙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유럽 성우 연합과 협회들은 해당 기술이 인간의 정서와 문화적 뉘앙스를 대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프랑스 성우 연대 ‘Touche Pas à Ma VF’의 파트리크 쿠반(Patrick Kuban)은 “AI는 우리의 목소리를 도둑질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정체성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AI 합성 음성이 사람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생성되지만, 감정 전달과 문맥 표현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독일 성우협회는 “AI가 연기하지는 못한다”며, 청취자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능력은 오직 인간 성우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성우 업계는 EU 차원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요구 사항으로는 △AI 음성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표시 의무화 △AI 훈련 데이터에 대한 원저작자의 사전 동의 △무단 복제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도입 등이 포함된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수천 명의 성우가 온라인 청원에 동참했고, 유럽의회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콘텐츠 제작사들은 AI와 인간 성우의 하이브리드 더빙 방식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품질 저하 우려와 소비자의 거부 반응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Viaplay는 AI 기반 더빙 적용 이후 시청자들로부터 “음성의 감정선이 끊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유럽 성우 단체 ‘United Voice Artists’는 최근 “우리는 기술 진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리 없는 기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AI 시대에도 예술가의 권리와 생계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AI 성우 기술은 음성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유럽연합의 규제 방향과 성우 업계의 연대 움직임이 업계 전체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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