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마련이다. ‘칠보(七寶)’ 역시 마찬가지다. 칠보는 금, 은, 유리, 거거, 마노, 진주, 산호를 비롯한 일곱가지 보배를 가리키며, 순은이나 순금, 순동 위에 유리질 성분의 유약을 올린 후, 고온으로 구워 장식하는 전통 기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넓게는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왕관을 장식하던 기법도 칠보에 포함할 수 있으니 그 역사는 매우 길다. 한반도에는 1400년 전을 전후한 신라시대에 칠보 기법이 처음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60여 년 갈고 닦은 왕실 칠보 기법, 대를 이어 오늘날까지
김홍범(Kim Hong-beom) 대표가 이끌고 있는 주식회사 ‘남정(NAMJUNG)’은 자사의 전통 칠보 브랜드인 ‘클로이수’를 통해 오늘날 칠보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김홍범 대표의 모친인 이수경 명인은 1968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왕실 칠보 기법을 사사하였다. 이후 한국칠보공예사를 설립해 60여 년 간 칠보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남정 법인은 2002년에, 클로이수 브랜드는 2014년경에 출범했다. 남정(南井)은 이수경 명인의 호이며, 클로이수(Cloisoo)라는 이름은 프랑스에서 유선칠보를 일컫는 ‘클로아조네(cloisonne)’에 이수경 명인의 가운데 글자인 빼어날 ‘수(秀)’를 합쳐 만든 것이다.
김홍범 대표는 부모님의 칠보 작업을 보면서 자랐으며, 200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관련 업무에 뛰어들었다. 작품 제작과 더불어 클로이수 칠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는 그의 아내 역시 함께 활동 하며 클로이수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수작업 통해 작품에 녹아든 장인의 신념과 철학
클로이수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우리나라 왕실 칠보를 계승해 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순히 전통을 이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해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달라고 김홍범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선대 장인의 색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작품에 녹이기 위해 고민하는 점 역시 특별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그는 밝혔다.
세계 정상급 귀빈들, 한국 칠보 작품에 ‘엄지척’
현재 클로이수는 본사 매장이 위치한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미 세계 시장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클로이수는 한국을 방문하는 국가 정상급 귀빈들을 상대로 전달되는 대표적인 소장품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국 측에서 직접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해외 측에서 먼저 의뢰가 들어오는 빈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김홍범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이화(오얏꽃)& 모란함’, 리커창 중국 총리 및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연리지 와인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외에도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마크툼 빈 라시드 알 마크툼 두바이 국왕,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서기장 등의 다양한 글로벌 VIP가 클로이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김홍범 대표는 강조했다.
울산의 지원 프로그램 힘입어 글로벌 시장 ‘노크’
이와 같이 클로이수는 한국 칠보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관련기관에서 제공되는 지원 프로그램이 적잖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KIDP)의 지원은 클로이수의 작품과 철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유용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클로이수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엑스포,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크 전시회 등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는 전시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작품 운송, 그리고 보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제공했다. 그리고 시장 조사 데이터 공유, 바이어 매칭 등의 지원 프로그램은 클로이수의 사업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김홍범 대표는 밝혔다.
클로이수는 이러한 기회를 살려 오는 9월 4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유럽 최대의 라이프스타일/인테리어 박람회, ‘2025 메종 오브제(MAISON& OBJET)’에도 참가 예정이다. 메종 오브제 행사는 주목도가 특히 높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김홍원 대표는 언급했다.
우리의 칠보, ‘K럭셔리’로 자리잡게 할 것
한편 이러한 전통 기법 기반의 브랜드는 아무래도 온라인 마케팅이나 젊은이 상대의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김홍범 대표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현재 주요 고객은 4050 여성이며, 최근에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주얼리 제품 역시 제품군에 추가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뒤흔들 정도의 큰 변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특히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5000여 년의 역사를 갖춘 나라이고 사람들의 손기술도 뛰어난 만큼, 훌륭한 작품도 많다며 이러한 헤리티지(유산)의 본질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김홍범 대표는 “이러한 전통적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면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며, “클로이수는 이러한 흐름에 앞장서 우리의 칠보를 K팝, K푸드, K드라마 등에 이은 ‘K럭셔리(명품)’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