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F1 헝가리 그랑프리 이후 루이스 해밀턴의 인터뷰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경기 결과 이상으로 주목받은 것은 해밀턴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표현하며, “페라리는 다른 드라이버를 기용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자조적 발언이었다.
이번 헝가리 GP에서 해밀턴은 예선 Q2에서 탈락한 데 이어 본선에서는 1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심지어 경기 중 랩다운까지 허용당하는 등, 페라리 이적 이후 가장 실망스러운 주말을 보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메르세데스 팀 대표 토토 볼프는 “해밀턴은 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왔다”며, 이번 사례 역시 자신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해밀턴은 과거에도 실망스러운 성적 후 미디어 앞에서 침묵하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으며, 다음날 경기에서 반전을 이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헝가리 주말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해밀턴은 “차량에 대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엔지니어와의 소통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식으로 자신을 이해하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같은 팀의 샤를 르클레르가 이번 헝가리 GP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상위권에서 레이스를 마친 반면, 해밀턴은 Q2에서 탈락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페라리 팀 대표 프레데릭 바세르는 “해밀턴은 좌절했지만, 동기부여를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밀턴은 여전히 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휴식기에 앞서 그는 팀에 기술적 개선 방향을 담은 제안 문서를 두 차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밀턴이 스스로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1년 시즌 막판,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7회 챔피언의 위엄을 증명했던 해밀턴은 이후 몇 차례 우승을 기록하긴 했으나, 그 시절과 같은 ‘전설적’인 경기력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토 볼프는 이러한 침체가 기술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그라운드 이펙트 카’ 시대에 해밀턴은 끝내 만족하지 못했다. 차량의 특성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희망은 있다. 2026년부터는 기술 규정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던 벤추리 터널 구조가 제한되며, 그에 따른 포르포이징 현상 역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해밀턴에게 기술적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토토 볼프는 끝으로 “해밀턴은 언제나 위대한 선수이며, 단 한 번의 레이스나 한 시즌의 부진이 그 평가를 바꿀 수는 없다”며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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