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 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소재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과학기술 연구에 따르면, AI는 전이금속 산화물 기반의 복잡한 구조를 빠르게 분석하고, 차세대 전극 물질로 유망한 후보들을 단시간 내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수천 가지 이상의 무기 구조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공성 물질 5종을 선별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들 물질은 이론적으로 리튬 이온의 저장 밀도와 충전 속도,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효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실험에 앞서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필터링된 덕분에 연구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AI의 핵심 역할은 ‘특성 예측’과 ‘구조 탐색’이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기존 배터리 소재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특정 조성이나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기화학적 특성을 수치로 예측하고, 고효율 후보군을 우선 제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기존의 실험 기반 방식보다 최소 수십 배 이상의 속도와 효율을 제공하며, 실험실 단위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준다.
업계에서도 AI 도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 삼성SDI,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소재 개발용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정부 주도의 AI-소재 융합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며, 한국도 최근 산학연 AI 소재 혁신 컨소시엄을 발족한 바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AI가 제안한 물질은 이론적인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예측일 뿐, 실제 제조 공정과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물리적 실험과 엔지니어링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편향이나 신뢰성 문제도 기술적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AI가 소재 연구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인류가 실험 대신 연산으로 새로운 물질을 찾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AI는 재료과학의 검색 엔진이자 가속기”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한 전지를 향해 경쟁 중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중심에는 점점 더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이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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