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CR-V 2023년형 모델과 1997년형 모델 비교(출처: 혼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난 25년간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점점 대형화되는 자동차 크기로 인한 운전자 시야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6개 차종 17대를 대상으로 자동차 사각지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1997년부터 2023년까지 각 모델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에는 포드 F-150, 쉐보레 서버번, 혼다 어코드와 CR-V, 도요타 캠리,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의 각 세대별 모델이 사용되고 운전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360도 카메라 시스템이 설치됐다. 그리고 이 결과 SUV 차량의 10m 반경 내 운전자 시야는 최대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IHS는 SUV 차체의 대형화로 운전자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출처: 지프 그랜드 체로키 실내)
IIHS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이 소수의 모델에서 조차 전반적으로 가시성이 감소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보행자 및 자전거 사망자 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IIHS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혼다 CR-V의 경우 여느 차량들보다 가시성이 더 크게 감소한 것.
1997년형 CR-V 운전자는 10m 전방 시야의 68%를 볼 수 있었지만 2022년형 운전자의 경우 이 수치는 28%로 떨어졌다. 또 교외 지역 운전자의 가시 영역도 56%에서 2023년 28%로 비슷하게 감소했다.
IIHS는 신모델의 높은 보닛과 큰 사이드 미러가 운전자 사각지대를 늘린다고 주장했다(출처: 쉐보레 서버번)
IIHS에 따르면 두 경우 모두 높은 보닛과 큰 사이드 미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디자인 변화는 차량 전면 시야와 모서리 근처를 가려 운전자가 근처의 보행자나 자전거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이번 연구 대상 중 가시성 감소폭이 가장 작았던 차종은 어코드와 캠리와 같은 세단으로 이들 차량은 오차 범위 내에 있을 정도로 가시성 감속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IIHS 수석 연구 엔지니어 베키 뮐러는 "이러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 차량 중 SUV 비중이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증가했다는 부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IIHS는 운전자 가시성을 감소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보다 정확하게 확인된다면 단순히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운전자가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려는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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