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EV 맥스 레인지 워크 트럭의 계기판. 1회 충전 주행거리 1059.2마일과 평균 전력 효율 4.9mi/kWh가 표시돼 있다. (출처:GM)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 EV가 전기차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한 번 충전으로 1059.2마일, 약 1704km를 주행하며 기존 루시드의 기록을 뛰어넘고 세계 최장 전기차 주행거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기록은 ‘실제 도로, 실제 조건’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실버라도 EV의 최장 거리 주행 도전은 지난해 말 GM 엔지니어들이 "모든 조건을 최적화하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테스트에 사용된 모델은 양산형 실버라도 EV 맥스 레인지 워크 트럭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다만 운전 습관과 세부 설정을 차량 매뉴얼에 명시된 허용 범위 안에서 조정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시속 32~40km의 낮은 속도를 유지하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면서 최대한 경제운전을 했다. 차량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와이퍼 위치를 최하단으로 설정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최대로 높였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제거하고 바퀴 정렬을 최적화했으며 공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액세서리 토너 커버도 장착했다. 냉난방 장치를 모두 끄고 배터리 효율이 가장 좋은 여름철에 주행을 진행했다.
GM 엔지니어들은 공장에서 막 나온 차량을 교대로 운전하며 GM의 밀퍼드 테스트 센터 인근 공공 도로를 달리고 디트로이트 벨아일에서 마무리했다.
미국 미시간주 공공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인 쉐보레 실버라도 EV 맥스 레인지 워크 트럭. 실제 도로 주행에서 루시드의 세계 최장 주행거리 기록을 넘어섰다. (출처:GM)
기록을 달성한 후 GM 배터리 및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 커트 켈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배터리 화학, 구동장치 효율, 소프트웨어와 차량 설계가 모두 유기적으로 통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추진력 보정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존 도레무스 역시 “내리막길만 달렸다면 훨씬 긴 거리도 가능했겠지만, 우리는 실제 조건에서 가능한 성능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실버라도 EV의 가장 효율적인 속도가 시속 약 32~40km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속도 구간에서 차량은 대부분의 배터리 에너지를 실제 주행에 사용할 수 있었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2026년형 실버라도 EV 맥스 레인지 워크 트럭은 LG엔솔과 공동 설립한 ‘얼티엄 셀즈(Ultium Cells)'의 205 kW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EPA 기준 최대 493마일, 약 793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는 전기 픽업트럭 중 가장 긴 항속 거리다.
전기차 기술의 진보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 루시드가 2021년에 520마일 주행거리로 테슬라를 제쳤고, 2024년에는 루시드가 749마일의 실주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제 2025년, GM이 1,059.2마일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록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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