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급격히 이동함에 따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공정의 재편이라는 과제 앞에 놓였다. 전용 전기차 공장 설립과 고정비 증가는 막대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만큼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국내 자동차 기업 중 최초로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까지 조립 가능한 ‘혼류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차세대 생산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공장은 올해 1월 조립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하루 최대 740명의 인력을 투입해 총 68개 설비를 업데이트했다. 이 과정에서 차체공장에 SPR(Self Piercing Rivet) 및 FDS(Floor Drill Screw)라는 신공법 투자를 진행했다. SPR은 용접이 어려운 알루미늄과 강판 등의 이종 금속을 결합할 때 사용하는 리벳 방식이며, FDS는 고강도 강판이나 초고장력 강판 등의 조립에서 사용되는 나사 형태의 결합 방식이다. 이 같은 공법들은 경량화한 차체와 강성 확보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친환경차 제작 시 알루미늄 사용이 늘어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한, 자동차 생산의 핵심 공정이 이루어지는 조립공장의 경우 차량 이동 장치인 섀시 행거(Chassis Hanger) 등에 대한 대규모 설비 교체와 함께 배터리 장착 등 전기차 전용 작업에 필요한 서브 라인 추가 작업이 진행됐다. 최신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 대비 25%가량 더 무겁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규모 설비 보강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물론 최신의 순수 전기차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체제를 마련한 것은 물론, 품질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산공장은 AI 비전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엔진룸 내부, 하부 고정 부품, 피스톤 링 등 육안 검사가 어려웠던 부위까지 자동화된 고정밀 판독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메라 한 대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일반 작업자도 AI 모델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부산공장은 르노 그룹 내에서 주요 생산 품질 관리 지표 1~2위를 다투며 글로벌 품질 기준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르노코리아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는 높은 인기를 끌며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 이후 브랜드 역사상 최단 기간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내수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중남미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 공장에서 기존 가솔린, LPG 등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물론 최신의 순수 전기차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산공장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 전환에 대응하는 공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과 수요 변화 속에서 유연성과 정밀성을 동시에 확보한 생산 전략의 표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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