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메이커의 SUV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으로 다가오는 게 보통입니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푸조의 차량들은 더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 내놓은 3008에 이어 8년만에 풀 모델 체인지 모델로 국내에 출시된 푸조 3008은 샤프 한 차체 이미지로 도시적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감성으로 임팩트를 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메이커의 차들이 창의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는 낯선 이미지로 어필되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특징이 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사회의 흐름으로 본다면, 이제는 다양성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푸조의 차체 디자인은 매 세대의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진화와 성숙을 거듭하는 걸로 보입니다. 사실상 모든 브랜드가 신형차를 통해 기술의 진화와 성숙을 이루어 나가겠지만, 특히 푸조의 디자인은 ‘아방가르드(Avant-Gard)’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전위예술과도 같은 디자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특징을 가졌던 전위예술을 가리키는 예술이나 사회학 분야의 용어 이기도 합니다. 조형예술만으로 국한되지 않았던 이러한 성향은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과 함께 보다 급진적 성향으로 등장한 것이었고, 특히 프랑스의 예술계를 상징하는 성향과도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새로운 푸조 3008의 내/외 장 디자인은 전위적 이미지의 조형 요소로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모서리로 연결된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어딘가 모르게 공격적인 사자의 얼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측면 유리창에 이어 뒤쪽 쿼터 글라스와 테일 게이트와 C-필러로 연결된 부분의 디테일은 마치 유리로 지어진 모던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기하학적 조형의 테일 램프 역시 미래의 도시 같은 이미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첨단적 조형은 오히려 실내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래 위를 모두 D-컷 형태로 설정해서 동그란 형태가 아니라 마치 육각형 이미지로 변형되어서 자동차의 것 이기보다는 우주선의 조종간처럼 보이는 스티어링 휠-사실 람보르기니의 스티어링 휠과도 닮아 있기도 합니다-과 아울러 광택을 자제해서 매끄러운 메탈과도 같은 질감으로 마감된 센터 터널의 버튼 배치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우주선의 조종석을 떠올리는 SF 적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비상등 스위치의 위치도 운전 중에 쓰기에 좋은 직관적 위치이면서 그 배치가 미래적 이미지입니다. 그야말로 첨단적 이미지와 실용성을 모두 보여주는 디자인입니다.

사실 이런 디테일 역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의 형성에 일조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상이나 도어 트림 패널의 형상 역시 매우 간결하고 첨단적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상단에는 직물이 적용되어 실제 재료들을 통한 높은 품질감을 주는 촉감에 의해 플라스틱 중심의 양산차량과는 또 다른 풍성한 질감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질감을 중시한 주요 부품들의 디테일이 어우러져 프랑스 차량만의 감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푸조를 필두로 하는 프랑스의 차들이 가지고 있는 낯선 인상으로 국내에서 호응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8년만에 풀 모델 체인지 차량으로 등장한 새로운 3008을 보면서 어쩌면 이제부터는 이러한 전위적 변화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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