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폭스콘은 파산 위기에 몰린 전기차 스타트업 로즈타운 모터스로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을 인수하며 “북미 최고의 전기차 제조 및 연구개발 허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이 공장은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최근 폭스콘이 매각한 이 공장의 새 주인은 일본 소프트뱅크이며, 향후 오픈AI와 오라클과 함께 AI 서버를 생산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번 이슈는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과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미국 제조업의 구조 재편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이 교차되고 있다.
좌초된 전기차 허브 구상
폭스콘은 로즈타운 공장을 인수하며 애플의 ‘아이폰 생산 성공 모델’을 전기차 산업에 접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 주요 고객사 파산 : 피스커(Fisker), 인디EV(IndiEV) 등 주요 파트너사 도산
○ 수요 둔화 :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와 고금리 부담
○ 규모의 한계 : 공장 가동 물량이 모나크 트랙터(Monarch Tractor) 한 건으로 축소
○ 플랫폼 경쟁력 부족 :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 지연 및 원가 경쟁력 열세
결과적으로 ‘북미 EV 허브’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폭스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전기차 생산 거점이 아닌,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락했다.
AI 서버로의 전환 – 소프트뱅크의 선택
소프트뱅크가 이 공장을 인수한 배경에는 AI 연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오픈AI와 오라클과 함께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생산 능력을 동시에 확충하는 글로벌 인프라 전략이다.
○ AI 서버 수요 폭증 : 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서버는 사실상 ‘전략 자산’화
○ 미국 내 제조 인프라 필요성 : 공급망 안정성과 정치·통상 리스크 최소화
○ 기반 시설 활용 : 로즈타운 공장은 이미 대규모 제조설비와 숙련 인력,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음
결국 EV 조립 라인을 AI 서버 조립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리적·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차”에서 “칩”으로 – 제조업 가치의 중심 이동
이번 사례는 자동차 산업과 AI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제조업의 가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전기차 조립 → AI 서버 조립
기존 차체 조립과 파워트레인 생산 라인이 서버 랙 제작과 냉각 시스템 조립 라인으로 대체
○ 기술 융합
EV 배터리 팩 조립 라인 일부를 AI 서버 전원 모듈 생산에 전환 가능
○ 고용 구조 변화
전기차 조립공에서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기술자로의 전환, 제조직 일부 축소와 IT·네트워크 기술직 확대
미국 제조업 재편과 정책 변화 가능성
미국 정부는 전기차·배터리·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촉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이러한 지원의 방향이 EV 중심에서 AI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원 범위 확대 가능성
○ 안보·경제 전략 변화 : EV보다 AI 인프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간주하는 흐름
○ 지역 경제 재브랜딩 : 로즈타운은 전기차 생산지가 아닌 AI 서버 생산지로 변모

자동차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
로즈타운 공장의 변화는 자동차 업계에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1. 플랫폼 경쟁력 확보의 필수성 – 단순 조립기지는 수요 변동에 취약하다.
2. 제조 인프라의 유연성 – 생산 라인이 다른 산업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3. AI·모빌리티 융합 가속 – 차량용 AI 칩과 데이터 인프라를 통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바꿔서 만들 수 있는가”
로즈타운 공장의 전환은 자동차 산업이 AI 산업에 흡수되는 첫 사례가 아니라, 제조 인프라가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빠르게 재배치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전기차 산업 내부에서도 생산 라인이 자율주행차 데이터 처리 서버 생산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