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경기 및 건설 경기의 침체로 대형 상용차(HCV)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볼보FH 글로브트로터 XXL캡 (출처:볼보트럭코리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대형 상용차(HCV)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다. 경기 상황 변화에 민감한 특성상 건설 경기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트랙터, 덤프, 특장차, 카고 등 주요 차종의 수요가 국산, 수입을 가리지 않고 급감했다.
현대차 중심의 국산 대형 상용차 판매는 올해 상반기 1만 30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수입차 대비 강세인 중ㆍ대형 카고의 판매가 국내 경기 침체 및 수출 시장이 급변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 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수입 대형 상용차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볼보트럭, 스카니아, 이베코 등 주요 브랜드의 1월부터 7월까지 판매 누계는 24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급감했다.
점유율이 가장 높은 볼보트럭이 13% 줄었고 스카니아와 이베코는 30% 이상 감소했다. 수입 대형차 가운데서는 메르세데스 벤츠만이 9.4% 증가하며 선방했다.
차종별로는 수입 상용차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장, 트랙터, 덤프 트럭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다. 수출 부진에 더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판매가 사실상 멈춘 수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장기 감소로, 주택·비주택·인프라 전 부문에서 투자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사업 발주 축소와 민간 주택 분양 감소로 대형 토목·건축 프로젝트가 줄었고, 건설 현장에서 필수적인 덤프 트럭, 콘크리트 믹서 트럭, 펌프카, 크레인 등 특장차의 신규 수요도 급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특장차는 판매가 멈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새 차를 도입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공사 물량이 없다”라며 "필요하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저렴한 국산 상용차로 관심이 쏠리면서 수입차 더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침체가 이어질 경우 대형 상용차 제조사는 물론 특장·정비 업체와 부품 공급망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입 브랜드는 여기에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부진, SOC 예산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상용차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강화, 해외 수출 확대, 친환경 상용차 라인업 개발 등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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