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유니버설 차량 로고.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은 모델 T의 정신을 계승, 대규모 생산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차를 의미한다. (출처:포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포드가 120년 전 ‘모델 T’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이후 최대 규모의 제조 혁신에 나선다. 포드는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를 투자해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조립공장과 미시간주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를 전면 개편, 새로운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Ford Universal EV Platform)’과 ‘포드 유니버설 EV 생산 시스템(Ford Universal EV Production System)’을 도입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를 통해 약 4000개의 미국 내 일자리가 창출되거나 유지될 전망이다.
모델 T, LFP 탑재한 3만 달러대 전기차로 부활
1908년 등장한 모델 T는 ‘보편적인 차(Universal Car)’로 불리며 저렴한 가격, 뛰어난 적응성과 정비성을 무기로 미국 사회를 바꿨다. 포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델 T 정신을 전기차 시대에 맞게 재해석, 평균 가계가 감당 가능한 가격의 다목적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 결과물은 2027년 출시 예정인 4도어 중형 전기 픽업으로 시작가 약 3만 달러를 표로 설정했다. 이는 물가를 반영할 경우 모델 T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차는 머스탱 에코부스트급 가속 성능, 2025년형 도요타 RAV4보다 넓은 실내 공간, 전·후방 적재 공간(프렁크·트럭베드)과 스마트 수납 솔루션을 갖춘다. 미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수출될 예정이며 차세대 프리즘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 경쟁력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 배터리는 미국 내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
혁신한 생산 라인, 최대 15% 빨라질 ‘조립 트리’
포드의 전기차 개발 전략은 제조, 디지털 소프트웨어, 차량 아키텍처 전반에 걸친 혁신을 포함한다.(출처:포드)
포드 유니버설 EV 생산 시스템은 기존 직선형 컨베이어 라인을 ‘조립 트리(Assembly Tree)’로 재설계한다. 차량 전방·후방과 배터리 일체형 하부를 각각 별도 라인에서 조립한 뒤 최종 결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는 사전 장착된 시트·콘솔·카펫과 함께 구조체 역할을 겸해 공간 효율을 높이고, 부품 수를 20%, 패스너를 25%, 워크스테이션을 40% 줄였다. 그 결과 조립 속도가 최대 15% 빨라지고, 부품·배선 축소로 품질과 안전성이 향상된다.
브라이스 커리(Bryce Currie) 포드 미주 제조담당 부사장은 “이번 변화는 근로자 안전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도약”이라며 “허리를 굽히거나 무리한 동작을 줄여 작업자 피로를 낮추고,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조·고용의 재도약
포드 사장 겸 CEO 짐 팔리가 2025년 8월 11일 루이빌 조립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회사는 미국에서 획기적인 전기차를 설계하고 조립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루이빌 조립공장에는 약 20억 달러가 투입돼 2200개의 UAW(전미자동차노조) 일자리가 보장된다. 설비는 5만2000평방피트 확장되며 포드 글로벌 공장 중 가장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와 최다 접속 지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시간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에는 30억 달러가 투자돼 1700개의 고용이 창출된다. 두 프로젝트를 합하면 약 4000개의 직접 일자리가 생기며 다수의 미국 부품업체와의 공급망도 강화된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CEO는 “미국인과 함께 디자인·혁신·공간·주행 즐거움·비용 절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수백만 명이 누릴 수 있도록 현실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더그 필드(Doug Field) 포드 최고 EV·디지털·디자인 책임자는 “이 플랫폼은 트럭부터 승용차까지 다양한 차종에 적용 가능하며, OTA 업데이트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지는 차량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이번 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100년 넘게 이어온 미국 제조업 전통과 고용 창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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