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의 의미가 깃든 날. 부산 벡스코 전시장 한편에서는 한국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부스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바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5(이하 BIC) 현장이다.

부산시와 (재)부산정보산업진흥원, (사)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41개국에서 592개 인디게임이 출품돼, 그중 283개가 전시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게임들 중에서도, 이날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은 건 한국적인 정서와 전통을 게임 속에 녹여낸 작품들이었다. 설화 속 캐릭터, 전통 의상, 한식 등 한국 특유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게임 디자인이 만나 새롭게 태어난 모습은 광복절이라는 상징적인 날과도 묘하게 어울렸다.

팀 다다, 전국퇴마사협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부적으로 현장을 꾸며 둔 ‘전국퇴마사협회’ 부스였다. 픽셀 탑뷰 스타일의 어드벤처 전국퇴마사협회는 한국 오컬트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무당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귀신을 보는 능력에 시달리는 주인공 ‘혜성’이, 전국퇴마사협회와 함께 악한 퇴마사 조직 ‘조월회’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게임은 현실의 ‘일상’과 악귀가 만들어낸 ‘결계’를 오가며, 단순한 퇴마가 아니라 악귀의 사연과 원한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1챕터까지 즐겨볼 수 있는 시연대와 캐릭터들의 아크릴 스텐드 굿즈들이 이용자들을 맞이해 사진 촬영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부스를 체험한 한 이용자는 “그래픽 퀄리티가 좋고, 한국적인 색채가 강해 한창 한류 열풍이 강한 요즘 시기에 참 매력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승협회, 귀귀살전

인플루언서들이 ‘합방(합동 방송)’ 소재로 사용하던 멀티플레이 소셜 디덕션 게임 ‘귀귀살전’의 부스도 있었다. 귀귀살전은 한국 전통 지옥과 귀신·요괴를 배경으로, 4~10명의 이용자가 서로의 목표를 추리해 제거하는 ‘꼬리잡기’ 방식이 핵심이다.

이용자는 대화와 단서 수집을 통해 목표를 찾아내야 하고, 잘못된 상대를 공격하면 ‘역살’을 맞아 즉시 위험에 처한다. 카툰풍의 귀여운 캐릭터가 지옥의 공포스러운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실시간 보이스 채팅과 PC·모바일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부스 앞에서는 게임을 체험한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화면으로 띄워주어, 지나가던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관람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팀 PBBS, 풍비박산

‘커피 토크’, ‘발할라’ 같은 토크 게임을 한국적으로, 동적이고 즐겁게 풀어낸 게임도 눈에 띄었다. 경쾌한 분위기의 ‘풍비박산’은 요괴 세계에서 장사하는 주인공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다양한 한국풍 요괴 손님들을 대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장마차를 방문하는 요괴 손님들은 확실한 메뉴를 이야기하는 대신 ‘아주 고급진 거’처럼 모호한 표현으로 주문을 해, 요괴의 성격과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취향을 추리해가며 요리를 완성해야 한다. 또한 요리를 제작하는 과정은 간단한 리듬게임으로 이뤄져 있어, 플레이 감각이 가볍고 직관적이면서도 끝까지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하게 한다.

아울러 개성 넘치는 요괴 캐릭터 디자인 덕분에 지나가던 관람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직접 시연에 참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풍 인디게임들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IC는 오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며, 현장에서 다양한 인디게임을 직접 즐겨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