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TH'의 3D 모델 카테고리에서 일본어, 영어권 이용자들에 이어 한국어 이용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진권 님은 한국 출신의 초인기 크리에이터로,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바타 크리에이터인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진권 님께 아바타 제작 노하우, 지금처럼 성공적인 아바타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 다국적 전개 방법, 그리고 아바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아바타 크리에이터가 될 생각은 없었다
Q : 아바타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진권 : 사실 처음부터 ‘아바타 크리에이터가 되자!’라는 멋진 각오로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 학생 시절부터 2차 창작 일러스트를 그렸고, 가끔 한국의 코믹월드 같은 이벤트에서 동인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2020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어요. 마침 VRChat을 즐기고 있던 터라 시간이 날 때마다 기존 아바타를 조금씩 수정하며 재미를 느꼈죠. 그러다 욕심이 생겨 Blender를 다루기 시작했어요. 3D 관련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YouTube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하나하나 배워나갔죠.
당시 ‘소녀전선’의 ‘네게브’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네게브’의 2차 창작 3D 모델을 제작해서 BOOTH에서 판매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물론 2차 창작에 필요한 허가는 받았습니다.)
Q : 아바타 크리에이터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이 있나요?
진권 : 저는 주변 환경에 쉽게 휘둘리는 타입이라 혼자서 뭔가에 도전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두려웠죠.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처음부터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었어요. 혼자 작업하는 게 제 성격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귀여운 것’은 언제나 최강
Q : 진권 님의 아바타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진권 : 아바타 디자인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서 조금씩 영향을 받았어요. 아마 눈치채신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린도’는 ‘디지캐럿’의 ‘데지코’, ‘이메리스’는 ‘원신’의 ‘감우’, ‘쓰르라미 울 적에’의 ‘하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마누카’는 ‘리코리스 리코일’에 등장하는 ‘찻집 리코리코’의 전통찻집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서 카페 점장 콘셉트로 디자인했죠.


Q : 현재 아바타 시장에서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권 : 화려한 디테일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에서 요즘 트렌드가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런 감각이 익숙하지 않아서 현실 패션이나 메이크업을 보며 공부하고 있어요. ‘귀여운 것’은 언제나 최강이에요…!
Q : 일본과 한국에서 트렌드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진권 : 사람들의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각국의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국경에 상관없이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생긴 것 같아요.
개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것이 중요
Q : 새로운 아바타 캐릭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시나요?
진권 : 평소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낙서 같은 형태로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대체로 아바타 출시일로부터 약 1년 전쯤에 메인 컬러, 캐릭터의 직업, 세계관 같은 콘셉트를 결정하죠. 그 후에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완성해요.
Q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진권 : 역시 캐릭터 디자인이죠. 많은 분이 사용하실 것을 고려해서, 개성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얼굴 비율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보디 작업이에요.
Q : 팬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시나요?
진권 : 개별적인 피드백보다는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보면서 조금씩 반영하는 편이에요. ‘이메리스’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특히 얼굴에 관한 의견이 많았고, 유행이 변하면서 저도 조금은 구식으로 느껴져서 얼굴 비율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Q : 그동안 협박 피해나 아바타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권 :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작품 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터지면 혼자 모든 상황을 해결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저 역시 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어떻게든 극복하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
평소 감정적이기 쉬운 편이라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이미 일어난 상황을 후회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정말 심각한 경우에는 법적 절차를 밟았던 적도 있는데, 올해 모든 문제가 해결됐어요.
Q : 한국에서는 VRChat 외에 어떤 방식으로 아바타가 활용되고 있나요?
진권 : 한국에서는 VRChat 외에도 버튜버 활동을 위해 아바타를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또, VRChat과 버튜버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분들도 꽤 많아요.
Q : 한국은 다양한 나라 중에서도 특히 아바타 활용이 활발한 편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권 : 아마도 VRChat용으로 만들어진 아바타가 주로 인간형이고, 수정 범위가 넓어서 버튜버 활동에 접근하기 쉬운 점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분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 일본의 크리에이터가 한국 사용자에게 아바타를 알리기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써야 할까요? 보여주는 방식, 전달 방식 등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진권 : 이건 국적과 관계없이 ‘무난한 외형’과 ‘수정의 용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이 되는 아바타를 여러 사람이 소유하게 될 테니, 누구나 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게 제작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또, 일본에서 한국 사용자에게 확장하려는 경우, VRChat 아바타로의 사용뿐만 아니라 버튜버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에 관한 이용약관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왜 이걸 좋아할까?’를 생각하다
Q : 아바타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초보자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진권 : 가장 어려운 건 바로 ‘시작하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이건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뭐든 시작해서 작품을 완성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바타 제작처럼 3D 관련 작업은 인터페이스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워 보이고,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일 수 있어요.
물론 실제로 어려운 부분도 많고, 저도 아직 모르는 게 많아 쉽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감각으로 접근하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전문적으로 3D 지식을 배운 적은 없고 여전히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Blender처럼 뛰어난 무료 소프트웨어도 있고, YouTube나 인터넷에서 3D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시작해 보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흥미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 아바타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권 :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좋은 것’을 보는 데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상업적으로 활용할 모델을 만들고 싶다면, 그 모델이 특정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유행과 실용성을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개성을 억제하고 최신 트렌드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왜 이걸 좋아할까?’ 같은 이유를 항상 고민하죠. 이 방법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Q : 앞으로 자신의 브랜드나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진권 :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취미로 시작한 모델링이 이렇게 많은 기대를 받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하고 있어서 지금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예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규모를 더 확장할 계획은 없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만든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있으니, 제가 갖고 싶은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소박한 생각은 있어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조금씩 도전해 보고 싶네요!
Q : 새로운 아바타나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알려주실 것이 있나요?
진권 : 새로운 아바타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어요!
아직 아무 데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최근에 최종 디자인과 이름이 결정됐어요. 평소 작업하던 모델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번에는 꽤 도전적인 콘셉트로 접근했어요.
제가 원하는 느낌을 3D로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네요. 작업 속도가 느린 편이라 신작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된 후에 공개할 예정이에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기고 : pix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