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Concours d’Elegance)의 영예로운 ‘베스트 오브 쇼’는 클래식 자동차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1924년형 히스파노-수이자 H6C 뉘포르-아스트라 토페도(일명 튤립우드 토페도)가 차지했다.
이번 수상 차량은 플로리다 네이플스의 리 앤더슨 시니어와 페니 앤더슨 부부 소유로, RM 오토 레스토레이션(RM Auto Restoration)이 수년간의 연구와 1만 2천 시간 이상의 작업을 통해 정밀 복원한 결과, 화려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로써 RM은 총 9번의 페블비치 우승 차량 복원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항공기 기술과 보트 감성을 담은 ‘목재 예술품’
튤립우드 토페도는 제1차 세계대전 전투기 조종사이자 뒤보네(Dubonnet) 리큐르 상속자, 그리고 올림픽 봅슬레이 선수였던 앙드레 뒤보네가 특별 의뢰한 모델이다. 차량은 히스파노-수이자의 부울로뉴 섀시와 8.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출력 45마력)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가장 큰 특징은 항공기 제작사였던 뉘포르-아스트라(Nieuport-Astra)가 보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마호가니 차체다. 두께 1/8인치의 얇은 목재 패널을 3/4인치 리브 위에 수천 개의 알루미늄 리벳으로 고정해 만든 차체는 무게가 불과 160파운드에 지나지 않았다. 이 경량 구조 덕분에 뒤보네는 1924년 타르가 플로리오 6위, 코파 플로리오 5위에 오를 수 있었다.

복원 과정: 100년 된 목재를 다시 찾아내다
나무로 제작된 차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으며, 복원에는 극도의 정밀함과 시간이 요구됐다. RM 측은 “약 2년에 걸쳐 100년 된 목재를 찾아내고,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부부는 2022년 RM 소더비 경매에서 이 차량을 구매했으며, 당시 “페블비치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밝혔다. 리 앤더슨 시니어는 “처음 봤을 때 마치 예술적 가구와도 같은 작품이었다”며 차량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자동차계의 모나리자”
RM 소더비의 대표 고드 더프(Gord Duff)는 “이 차는 그야말로 자동차의 모나리자”라며, “RM이 이 차의 판매와 복원 모두에 참여한 것은 회사 역사상 큰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페블비치 심사위원단이 선택한 1924 히스파노-수이자 튤립우드 토페도는 단순한 클래식카를 넘어, 예술·기술·역사적 가치가 결합된 20세기 초 자동차 디자인의 정수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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