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태국 라용 전기차 공장 전경. 중국 친환경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 거점 확대를 상징한다. (출처:위키피디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전기차(ZEV, 무공해차)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경제·정책 분석 전문 기관 로듐 그룹(Rhodium Group)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ZEV 기업 해외 직접투자(FDI)가 사상 처음으로 자국내 투자를 넘어섰다.
수년간 전체 투자액의 80% 이상이 내수에 집중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로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단순한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 장벽을 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의 전체 해외 투자 비중의 74%가 배터리에 집중됐으며 CATL·엔비전(Envision)·고션(Gotion) 같은 대형 배터리 업체들이 테슬라, BMW 등 글로벌 고객사를 따라 독일과 헝가리 등지로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완성차 기업들의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3년 BYD가 헝가리에 46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조립 공장 설립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생산능력은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중국 내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4647GWh인 반면 해외는 707GWh에 불과하며 완성차 생산도 국내 2800만 대, 해외 400만 대 수준으로 해외 비중은 13%에 그치고 있다. 해외 투자 프로젝트는 국내보다 높은 비용과 더 긴 공사 기간, 더 큰 규제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해외 프로젝트 완공률은 25%로 국내의 45%보다 낮고, 공장 착공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해외는 평균 1024개월, 국내는 312개월에 불과하다. 포르투갈에서 21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추진 중인 CALB는 인허가 과정만 2년 이상 소요된 사례다. 이처럼 지연과 취소가 잦아 해외 투자 취소율은 14%에 달해 국내(7%)보다 두 배 높다.
기업별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엔비전, 고션, EVE 등 배터리 업체들은 전체 투자 중 30~60%를 해외에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지만, BYD·지리(Geely)·체리(Chery)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평균 17%만을 해외에 투자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고객사와 함께 해외로 진출한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내수 시장에 기반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듐 보고서는 그러나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과잉 설비와 치열한 가격 경쟁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2024년에 33%나 감소했고 동시에 유럽연합(EU)은 보조금 규제와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해외 진출이 국내 과잉공급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술 유출과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로 해외 투자를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고듐 보고서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배터리 중심에서 완성차 현지 생산으로 전략을 확장하며 본격적인 글로벌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높은 비용과 규제 장벽,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지목했다.
따라서 향후 몇 년은 중국 EV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패권을 확대할지, 혹은 각국 규제와 리스크 속에 제동이 걸릴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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