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도조 시스템을 중단하고 관련 팀을 해체했다. AI 기술자립이라는 목표를 수정한 것이다. 비용과 시간, 경쟁 격화 등이 겹쳐 외부업체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완전한 자립보다는 효율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완성차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 AI 기술은 자체 개발하고,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와 같은 하부 인프라는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꾸었다. 비용부담과 테슬라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속속 떠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의 입지가 더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의 속도전도 영향을 미쳤다. 리더십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신뢰성 하락과 연결된 것이다.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테슬라가 과연 이번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알 수 없다. 도조의 시작과 변화의 과정을 통해 테슬라의 현재를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테슬라가 자율주행 및 AI 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독자적인 슈퍼컴퓨터 도조(Dojo) 프로젝트를 사실상 종료했다. 도조 팀 리더가 회사를 떠나고, 잔여 인력은 테슬라 내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프로젝트로 재배치된다. FSD 개발이나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 등 더 시급하고 중요한 다른 AI 프로젝트에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테슬라의 고위 엔지니어들이 이직했고 지금도 떠나고 있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올 해만 해도 10여명이 떠났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주요 관계자들의 이직은 회사의 전망과 연결짓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가 그렇듯이 일론 머스크도 독단적이다. 그는 일단 책임자들이 개발 중인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익숙하다. 기가 캐스트도 최근 수리 문제 등으로 다른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테슬라도 차체 앞부분은 기가 캐스트를 포기하기로 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차체 플랫폼 언박스드 프로세스도 처음 발표했을 때 떠들썩 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조용하다. 도조처럼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생산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하고, 공장 규모를 40% 줄일 수 있는 잠재력 때문에 로보택시 생산에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로보택시 관련해서도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캡 발표 당시 무감독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현실은 동승석에 감독자가 탑승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석 탑승으로 바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잔소리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것을 떠나서 무감독은 당장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처음 도조의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프로젝트 변화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신뢰성과는 별도로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에 많은 변화를 촉발했다. 자체적으로 혁신적인 기술도 많이 선보였다. 그 중 도조는 자율주행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인식했다. 그 사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해 바꾸었다고 해석은 되지만 이 시대 기술 변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더불어 화웨이 등 예상하지 못했던 경쟁업체들의 등장도 한 몫을 했다.
이번 결정은 약 20명의 전직 테슬라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AI 스타트업 ‘DensityAI’를 설립한 직후에 나왔다. 해당 스타트업은 전 도조 책임자 가네시 벤카타라마난과 전 테슬라 엔지니어 빌 창, 벤 플로어링이 공동 창업했다. 로보틱스•AI 에이전트•자동차용 AI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기술의 미래는 분명하지만 일론 머스크와 같이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 이탈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조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와 옵티머스 로봇 개발을 위한 AI 훈련에 사용될 슈퍼 컴퓨터다. 일론 머스크 CEO는 두 종류의 AI 칩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용 및 효율성 문제도 프로젝트 중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테슬라는 엔비디아와 AMD 같은 외부 파트너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 특히 최근 삼성과의 165억 달러 규모 AI6 칩 생산 계약은 이러한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례다. 자체 슈퍼컴퓨터 개발이라는 목표 대신, 비용과 효율을 극대화에 더해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비율을 높이는 실리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체 칩을 개발하는 데 자원을 분산시키기보다는, 자율주행과 로봇에 탑재되는 추론용 칩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볼보 등 일부 업체가 아예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것이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도조(Dojo)'는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다. 도조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본다.
일론 머스크는 2019년 4월 오토노미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도조 프로젝트를 처음 언급했다. 도조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도장(道場)'을 의미하며, AI를 훈련하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 해 테슬라는 뉴럴 넷을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 개념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2020년 4월 오토노미데이에서도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훈련셋을 뉴럴넷에 자동으로 다시 말해 스스로 학습시키는 것을 도조 컴퓨터 관점에서 언급했다. 테슬라의 전기차에 탑재된 8 대의 카메라로 주위 360도 영상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 데이터를 자율주행용 기계 학습 모델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도조가 완성되면 사람이 아니라 자동으로 빠른 속도로 대량의 데이터를 뉴럴넷에 학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론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완성된 단계는 아니고 약 1년 정도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2021년 8월 테슬라 AI 데이에서 도조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됐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AI 칩인 D1 칩과 이를 활용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D1 칩은 엔비디아의 GPU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비용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론 머스크는 수퍼 컴퓨터 도조를 외부 기업에 개방한다는 방침도 표명했었다. 그러면서 다수의 테슬라 자동차에서 얻은 방대한 영상 데이터와 슈퍼 컴퓨터 도조와 자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학습시키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영상 내의 객체 등에 라벨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고유한 도구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도조는 기존의 슈퍼 컴퓨터에 비해 동영상 1 프레임을 처리하는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한 자리수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고 일론 머스크는 밝혔다. 이는 엑사플렉스 슈퍼 컴퓨터를 말하는 것으로 초당 100경 번 연산(1엑사플롭스)를 할 수 있는 수퍼 컴퓨터로 기존의 테라급의 2~3배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재 도로에 운행 중인 테슬라의 차량으로부터 획득한 이미지를 활용해 대규모로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뉴럴넷의 성능을 인간의 라벨링 없이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물론 자동차 내에 그 정도의 컴퓨터를 탑재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도조 컴퓨터를 엔비디아 등 외부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었다.
이미 자동차 내의 ECU를 3~5개로 통합해 무선 업그레이드를 자연스럽게 실행하고 있는 테슬라가 도조 컴퓨터를 통해 다시 한 번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다만 그것이 완전하게 구현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았다.
2022년 8월에는 테슬라의 GPU 클러스터가 7,360개의 GPU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도조 개발이 순항하는 듯 보였다. 2023년 7월 테슬라는 도조를 생산에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1만 개의 엔비디아 H100 GPU로 구성된 새로운 훈련 클러스터도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후 테슬라는 전체 시스템 트레이를 포함하여 도조에 대한 일부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 당시 2023년 1분기까지 전체 클러스터를 갖출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2023년 7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이다. 도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게 되면 그동안 수백만 대의 차량을 통해 축적해 온 실제 주행 시나리오의 초대형 데이터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위한 조건이 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했다.
그런 가운데 모건 스탠리는 테슬라의 도조 컴퓨터만으로 5,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건 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차는 모든 AI 프로젝트의 어머니로 불린다고 했다. 자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탐구 과정에서 테슬라는 맞춤형 실리콘의 새로운 경계를 넓히고 총 10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테슬라를 비대칭 우위에 놓을 수 있는 고급 슈퍼컴퓨팅 아키텍처를 개발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도조 컴퓨터만으로도 회5,000억 달러의 가치를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체 AI 칩을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 큰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율 주행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 외에도 직접적인 수익 창출원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다른 업체들과 달리 카메라와 도조 컴퓨터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FSD버전 12의 시험 주행을 통해 인터넷 연결없이도 수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까지도 그의 약속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16년 오토파일럿과 FSD를 공개하면서 ‘1년 후’를 수차례 반복해 왔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4년 1월 일론 머스크는 도조를 성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성공 시 보상이 매우 클 수 있는 원대한 시도라고 언급하며,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버팔로의 기가 뉴욕에 거대한 도조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상당한 지연을 겪었지만 2023년 여름 첫 번째 도조 클러스터가 온라인에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탄력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3년 말 프로그램의 최고 리더십 중 일부가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AI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 AI 프로세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도조 클러스터에 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는 동시에 테슬라가 엔비디아 하드웨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억 달러는 큰 금액이지만 엔비디아의 10,000 H100 시스템과 맞먹는 수준이다. AI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는 현재 시점에서 연간 최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는 또한 테슬라가 AMD용 하드웨어도 구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FSD(Full Self-Driving) 및 옵티머스 등 AI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획득할 수 있는 모든 처리 능력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도조를 개발하면서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TSMC에게 위탁한 1세대와 2세대 도조의 D시리즈 칩을 사용했다. 그것이 앞으로는 AI 훈련용(TSMC의 AI5)과 추론용(삼성전자의 AI6) 칩으로 역할을 분리하고, 이 칩들을 통해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올 해 초 테슬라는 기존 도조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인 도조 3 칩 생산에 대해 삼성전자 및 인텔과 논의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7월에는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 규모의 AI6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도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이번 달 미디어들을 통해 테슬라가 도조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중단하고, 관련 팀도 해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는 두 개의 다른 AI 칩 설계를 확장하기 위해 자원을 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도조 프로젝트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는 도조라는 자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AI 훈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택했다. AI 훈련은 엔비디아의 GPU에 의존하고 추론용 칩은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독자 노선에서 외부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됐다.
테슬라는 도조를 대체할 새로운 AI 훈련용 슈퍼클러스터 코텍스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본사에 구축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GPU를 중심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일론 머스크는 AI6' 칩과 '도조3'의 기술적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칩 개발 로드맵을 단순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테슬라는 AI 기술의 자립을 목표로 했던 독자적인 도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외부 협력 중심으로 AI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자체 개발보다는,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여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해석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테슬라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의 수평 분업이 아닌 수직 통합 전략을 추진해 왔다. BYD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비용과 반도체라는 벽에 부딛혀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도조 팀 해체는 테슬라가 AI 기술 자립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비용 효율성과 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말에는 엔드 투 엔드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인공지능 모델의 매개변수를 10배 늘린다고 발표했다. 2026년 말에는 향상된 차세대 자동차용 컴퓨터 생산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론 머스크의 약속, 또는 선언은 실현되어 봐야 안다. 이벤트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했던 것 중 구현된 것이 많지 않다. 올 해에만 10명의 임원급 인사가 테슬라를 떠났다.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주요 임원들이 1년간 보유 지분 절반 이상 처분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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