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산업이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예상 수요의 3.4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으며, 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공급 과잉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파나소닉 홀딩스는 미국 신규 배터리 공장의 본격 가동 시점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부진과 전기차 시장 침체로 인해 조기 가동 시 재고가 쌓일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토요타 자동차는 후쿠오카현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했으며, 혼다 역시 캐나다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약 2년 늦출 예정이다. 스웨덴의 노스볼트는 지난 3월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북미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수요 증가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기업들은 불확실성 증폭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 지역의 경우, 2025년 기준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의 4.8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 과잉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CATL을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은 더 저렴한 배터리를 앞세워 유럽 시장까지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던 미국과 일본 등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배터리 가격 하락도 가속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배터리 평균 가격이 킬로와트시당 111달러로 전년 대비 26% 하락했으며, 2026년 말에는 약 8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의 이 같은 투자 한파가 결국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 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2030년경에는 오히려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공급 과잉은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로 나아가기 전 겪는 진통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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