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VW)이 자사 차량에 적용한 정전식 터치 스티어링 휠 컨트롤 때문에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소송에 따르면, ID.4·ID.Buzz 등 폭스바겐 전기차 모델을 비롯해 일부 내연기관 차량에 적용된 터치 버튼이 지나치게 민감해 운전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기능이 작동하는 경우가 발생해 심각한 안전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스티어링 휠 버튼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반응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통 상황에서 핸들을 급히 조작할 때 의도치 않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등이 활성화될 수 있으며, 실제로 소송에서는 이로 인해 돌발 가속과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측은 적어도 한 건의 치명적 사고와 연관되어 있다고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의 첨단 안전 패키지 IQ.Drive의 신뢰성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송장에는 ACC 비활성화가 제동 페달 입력에 반응하지 않거나, 긴급 제동이 작동하지 않고,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았다는 사례까지 포함됐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유사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돼 이번 소송의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폭스바겐 내부에서도 문제를 인정한 바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안드레아스 민트(Andreas Mindt)는 정전식 버튼 도입을 “실수”라고 표현하며,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차기 모델에는 다시 물리 버튼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최근 출시된 ID 패밀리 전기차에 물리 버튼을 되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자동차 업계가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온 ‘자동차의 스마트폰화’ 흐름에 제동을 거는 사례로 평가된다. 물리적 피드백이 없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편리함보다 위험을 키울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직관적이고 확실한 물리 버튼의 신뢰성을 원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