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가티(Bugatti) 브랜드의 역사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의 자동차 제작자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1881~1947)가 1909년에 설립한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프랑스로 귀화해서 프랑스에서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가티 브랜드의 국적은 이탈리아 같기도 하고 프랑스 같기도 합니다.
자동차 기업 부가티는 창업자 에토레 부가티의 1947년 사망 이후 경영난을 겪기도 하다가1987년에 이탈리아 기업가에게 인수된 이후 슈퍼카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 디자인으로 1991년에 에토레 부가티 출생 110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슈퍼카 EB110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에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되어 프랑스에 본사와 공장을 두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20년 전이었던 2005년에 부가티는 폭스바겐이 개발한 W16기통 엔진을 탑재한 최고 속도 400km/h 이상의 하이퍼 카 베이론(Veyron)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들려온 뉴스는 부가티의 또 다른 새로운 하이퍼 카 부르야르(Brouillard)의 등장이었습니다.

사실상 부가티의 차들은 우리들이 현실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가격 자체가 초 고가이고 판매량이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어느 기업에서 타이어 성능 실험용으로 부가티 최근 모델이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긴 합니다만, 시가지 도로에서 마주치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부가티에 탑재된 W16엔진은 V형 8기통 엔진을 두개를 하나의 축으로 병렬로 연결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엔진의 폭은 넓지만 길이는 6기통 엔진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밀도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고 출력은 1,600마력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입니다.

그런데 부가티 브랜드가 추구하는 특징은 진정한 맞춤 생산에 단 한 대의 차량을 제작하는 방식의 프로그램 솔리테어(Programme Solitaire) 라는 개념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프로그램(programme)의 철자가 다른데요, 이건 영국식이면서 계획, 일정표 등의 의미로 쓰이는 용어이며, 여기에서는 부가티의 개별 맞춤 생산 운영체제 등의 의미로 쓰이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솔리테어(Solitaire)라는 의미 역시 1인이 하는 놀이 등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완전한 1인 맞춤 생산방식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부가티 브랜드 자체가 지향하는 것이 희소성이므로 이러한 특정을 21세기인 현재에는 더더욱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초고가의 초고성능을 지향하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 솔리테어의 첫 모델 부르야르는 공식 자료에 의하면, 창업자 에토레 부가티가 아꼈던 말과 그의 반려견과 관련 있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부르야르의 도어 트림 패널과 좌석 등받이에는 말의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앞 콘솔의 시프트 레버에도 말의 머리를 조각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내/외장 색상이 지금까지의 부가티 모델의 푸른색과 다른 것은 이 차량의 주문한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실내에 쓰인 가죽과 직물 자체도 모두 맞춤이며, 차량 외부 색상과 카본 역시 녹색 계열로 맞춤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익숙한 자동차의 모습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규격화 된 것이지만, 20세기 초의 유럽에서는 이처럼 맞춤에 의해 단 1대만 만들어지는 고급 자동차가 당연한 것이었으며, 부가티 역시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하여 부품을 미리 만들어진 금형에 의해 똑같이 여러 개 찍어내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깎아 만드는 방식의 공예적 생산 방식은 일견 구시대적 방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밀하거나 고품질을 지향하는 제품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쓰는 스마트폰은 사실상 거의 모든 제품이 주요 부품을 직접 깎아 만드는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물론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밀 가공과 생산 관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자체는 개별 맞춤은 아니겠지만,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쓰느냐에 따라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은 이미 개별 맞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1세기의 모빌리티가 20세기의 자동차와 다른 점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은 많은 기업이 답을 찾는 중이고, 또한 사람들의 요구 역시 어떤 모습일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에는 똑같은 제품의 대량 생산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요구에 맞춘 제품이 더 호응을 얻을 것이며, 그러한 답을 제시하는 방법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디자인과 기술 개발의 방향일 것으로 보입니다. 희소성을 추구하면서 2025년에 등장한 부가티의 부르야르 모델은 그 방법에서 초 고가와 초고성능을 추구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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