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과 미국 간의 새로운 무역 협정으로 인해 유럽 도로에 미국산 대형 픽업 트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그리고 운전자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유럽 환경 비영리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가 주장했다. 이 협정은 EU가 미국의 자동차 표준을 상호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유럽의 엄격한 안전 및 환경 기준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T&E는 "이번 무역 협정은 EU 시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EU의 자동차 무역 규칙 항복 계획은 유럽 도로에서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며, 비상 제동, 안전벨트 알림, 날카로운 모서리 금지 등 유럽 법률을 폐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지적했다.
T&E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무역 협정 이전에도 2024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는 약 7,000대의 미국산 대형 픽업 트럭이 판매됐다. 이 중 대부분은 RAM 픽업으로, 이 차량들은 개별 차량 승인(IVA)이라는 허점을 통해 유럽의 안전, 대기 오염, 기후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도 수입 및 등록됐다.
IVA는 본래 틈새 용도를 위한 규정이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의 형식 승인 기관이 이를 남용해 대량으로 승인해왔다고 T&E는 주장한다.
T&E는 미국산 픽업 트럭이 유럽 도로 안전에 위협이 되는 주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선은 높은 보닛이다. RAM 픽업의 보닛 높이는 약 130cm로, 일반적인 소형차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운전자가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를 볼 수 없다. 또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픽업 트럭은 일반 승용차보다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확률이 거의 3배 더 높다는 예도 제시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 판매가 급증하면서 보행자 사망자도 크게 증가했다.
RAM 픽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킬로미터당 평균 347g으로, 신차 평균(106.8g/km)의 3배가 넘는 등 환경 문제도 거론했다.
T&E는 미국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현재 유럽보다 3배 더 높다며, EU의 안전 기준이 시민을 보호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역 협정은 미국 차량 판매가를 평균 6,000유로(약 880만 원) 낮춰 유럽 시장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T&E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7월 IVA 허점을 막기 위해 제안한 법안이 이번 무역 협정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다며,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이 협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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