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술 격차를 지적하며 평가절하했던 중국 AI 업체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가 부진에 빠진 전기차 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신들이 한때 기술적 열세를 주장하며 무시했던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경쟁자를 새로운 동맹으로 선택했다. 한때 비판의 대상이었던 상대를 생존을 위한 ‘반전 카드’로 선택한 테슬라가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의 선택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부진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그리고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중국 내 판매가 4만 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2분기 전체로 보면 중국 소매 판매량은 12만 8803대에 그쳐 전년 대비 11.7%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에서 올해 들어 7.6%로 반토막이 났다. 테슬라가 이렇게 부진에 빠진 원인으로는 현지 소비자들의 눈높이 변화가 꼽힌다. BYD와 지리, 샤오미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최신 인공지능 기술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차량에 빠르게 적용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개발한 자체 AI ‘그록(Grok)’조차 중국 시장에 도입하지 못했다. 중국의 강력한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대 정책과 테슬라가 여전히 ‘미국 브랜드’라는 인식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론 머스크가 결국 방향을 튼 것도 이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 2월 WELT 서밋에서 중국 AI 딥시크(DeepSeek)의 성과에 대해 "그게 완전한 AI 혁신인가? 아니다. xAI와 다른 회사들이 곧 딥시크보다 더 나은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깎아 내렸다.
그랬던 머스크가 딥시크와의 협력을 결정한 건 테슬라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슬라는 딥시크 이외에도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음성 비서 플랫폼 두바오(Doubao)도 테슬라 차량에 탑재한다.
두바오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제어, 공조장치 설정 등 음성 명령 기능을 담당하고 딥시크는 다중 질의와 추론을 지원하는 고도화된 대화형 AI 엔진을 맡는다. 단순한 기능 강화가 아닌 규제 환경과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춘 현지화 전략에 어쩔 수 없이 나선 모양새다.
협력 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6% 넘게 뛰었다. 시장은 테슬라가 중국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여기에 3열을 갖춘 신형 모델 Y L 출시와 라이드헤일링 시장 진출 계획도 겹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현지 AI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AI 생태계 속에서의 통합 문제, 현지 브랜드 충성도의 빠른 상승은 여전히 부담이다. AI 협력만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고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시기를 놓쳤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테슬라의 이번 행보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굴복이자 적응으로 해석된다. 딥시크와 두바오를 통한 현지화는 분명 소비자 경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이것이 판매 부진을 단숨에 되돌릴 반전의 열쇠가 될지는 미지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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