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가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중국 시장의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포르쉐는 배터리 자회사 셀포스(Cellforce)가 고성능 배터리 셀 생산 계획을 중단하고 연구개발(R&D) 중심 조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포르쉐 CEO이자 폭스바겐 그룹 수장인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고 생산량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자체 배터리 생산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포르쉐는 원래 독일 남부 공장에서 연간 1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해 약 1만 대의 타이칸(Taycan)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기로 했다. 셀포스 직원 약 300명 중 200명이 감원될 예정이며, 일부는 폭스바겐 그룹의 배터리 계열사 파워코(PowerCo)로 이동할 수 있다.
EV 판매는 성장 중이지만…
포르쉐의 EV 판매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판매의 36%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였으며, 마칸(Macan) 판매의 60%가 전기차 트림이었다. 타이칸은 미국에서 올해 2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축소, 연비 규제 완화, 청정에너지 정책 후퇴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가 EV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의 힘’이 지배
이번 결정은 유럽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CATL과 BYD는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반면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미국 사업에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파산했다.
포르쉐 역시 마칸 전기차에는 CATL, 타이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향후 출시 예정인 카이엔 전기차와 718 전기 스포츠카 역시 외부 파트너 배터리에 의존할 전망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대형 투자 이어가
한편, 모회사 폭스바겐 그룹은 자체 배터리 전략을 계속 추진 중이다. 스페인, 독일, 캐나다에 세 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원자재 공급망 확보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포르쉐가 소규모 독자 생산 대신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배터리 메이저 업체에 의존하는 길을 선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소수 대형 플레이어 중심의 과점 구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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