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TV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 생방송 무대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이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이하 같음
[오토헤럴드 정호인 기자] 케이팝 아이돌 못지않은 칼군무.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이 미국 N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GT)’의 생방송 무대를 사로잡았다.
스팟은 예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며 “아이돌 못지않은 칼군무”라는 찬사를 받으며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6월 다섯 대의 스팟이 퀸(Queen)의 ‘돈트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에 맞춰 안무를 펼치며 예선을 통과했다. 당시 한 대가 중간에 멈춰 서며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지만 공연이 끝난 뒤 다시 일어나 환호를 끌어내는 ‘드라마틱 연출’로 화제가 됐다.
본선 무대는 깜짝 등장한 강아지 로봇 ‘스파클(Sparkle)’이 쓰러져 있던 스팟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어 다섯 대의 스팟이 마키 마크(Marky Mark)의 ‘굿 바이브레이션(Good Vibrations)’에 맞춰 유려한 발놀림과 통통 튀는 동작을 선보였다. 정밀한 움직임은 마치 인간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를 연상케 했고, 로봇들 사이의 호흡까지 자연스러워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하이라이트는 피날레였다.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스팟 한 대가 연속 3회의 백 텀블링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3단 연속 백 텀블링은 단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고난도 기술”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심사위원은 “결벽증이 있는 나로서는 이번 무대가 동물 공연 중 최고였다”며 “모든 사람들이 로봇 한 대쯤은 가져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다. 다른 심사위원은 “기술을 이렇게 재밌게 풀어낸 건 대단하다. 다음 무대에는 귀여운 스파클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고 호평했다. 다만 한 심사위원은 “새로운 콘셉트를 기대했는데 다소 아쉽다”며 빨간 버저를 눌러 아쉬움을 남겼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산업 현장에서 폭발물 처리나 점검 같은 실무를 수행하는 로봇이 일반인들에게는 친근하고 매력적인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을 위해 스팟에는 새롭게 개발된 전용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불과 10초 사이 1000개가 넘는 개별 동작을 정확히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중력·마찰·내구 한계까지 고려해 실제 하드웨어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진은 춤을 통해 학습한 기술을 산업 현장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로보틱스 연구원 아룬 쿠마르는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백 텀블링 연구 영상을 소개하며 “시뮬레이션과 강화학습을 통해 최대 7번 연속 백 텀블링까지 가능하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스팟이 준결승 무대에 오를지는 시청자 투표로 결정된다. 결과는 27일(현지시각) 방송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정호인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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