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 중인 기아 EV4 차체. 최신 자동화 설비와 전용 배터리 라인이 도입돼 유럽 맞춤형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했다.(출처:기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오는 2035년 내연기관(ICE)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EU 정책에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기아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기아 유럽 총괄 마르크 헤드리히(Marc Hedrich) CEO는 최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전기차의 눈사태(폭풍)가 다가오고 있다”라며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업계에 막대한 비용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아와 달리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 퇴출 시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와 경기 침체 속 비용 부담이 이유다.
기아가 EU 정책 유지를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는 전기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최근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이미 EV6, EV9을 시장에 내놓았고 2024년에는 EV3와 EV4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첫 유럽 현지 생산 전기차인 EV4 해치백 양산을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엔트리급 전기차 EV2도 같은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EV 생산시설 업그레이드에만 1억 유로(약 1억 2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EU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에 굴복해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철회하거나 연기할 경우 막대한 투자 비용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헤드리히 사장은 최근 EU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꼬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벤츠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만 팔겠다고 선언한 기업”이라며 칼레니우스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는 최근 EU의 정책이 유럽 브랜드를 더 불리하게 만들고 중국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연기관 금지보다 세제 혜택과 저렴한 전력 공급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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