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일이 그렇게 일직선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위기 의식이 팽배했을 때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대세였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년 사이 함량 미달 괴물 정치인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 때문에 역주행 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가 궁극적은 대안은 아닐 수 있지만 내연기관차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 뒤에는 석유회사들과 그들로부터 지원받는 학자와 정치인, 전문가들이 있다. 최근 들어 알려진 내연기관 엔진 관련 상징적인 예를 들어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17년부터 파워트레인의 미래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해 2022년까지 전고체 전지는 정말로 게임체인지일까?라는 타이틀로 60회를 이어가며 상황을 정리했었다. 첫 회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를 강화되는 각국의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WLTP와 RDE와 같은 새로운 측정 방식 도입이 디젤차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당시 전동화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류이며 가격, 인프라, 배터리 기술의 한계 등 전동화의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함을 짚었었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이 규제 충족과 현실적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유로 7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규제 강화 추진은 실제로 내연기관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당시에도 폭스바겐, GM 등 많은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를 거치지 않고 '배터리 전기차'로 곧바로 전환하려던 과거의 공격적인 전략을 수정하고, 다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하이브리드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실적인 소비자 수요와 규제 사이의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당시의 흐름은 2016년 파리살롱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C.A.S.E.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차량 공유, 전동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시대의 변화를 알렸다. 물론 전동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그때만 해도 자동차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강화되는 각국의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를 충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실험실 측정 방식에서 벗어나 WLTP와 실제 도로 주행 시의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RDE와 같은 새로운 국제 기준이 도입되며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구동안 승승장구해 왔던 디젤차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전동화가 전기차로 전환이 된 계기는 2019년 촉발된 코로나 19였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고조되면서 금방이라도 배터리 전기차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자 전동화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 과정은 유가나 각국의 정책에 따라 유동적이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물론 큰 틀에서는 규제와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동화 기술을 포괄적으로 개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만해도 내연기관이 2035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다해도 내연기관 엔진은 적어도 2050년까지 도로 위에 있을 것이다. 많은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로의 전환 시점을 제시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분위기를 꺾은 것은 인프라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화석연료 찬양론자 트럼프다.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듯했다가 다시 더 빠른 속도로 내연기관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물론 순수 내연기관보다는 전동화차에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고성능 내연기관을 선언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최근의 흐름을 정리해 본다.

모든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토요타가 최근 기존 엔진과는 전혀 다른 설계가 적용됐다 스바루 및 마쓰다와 협력해 개발한 1.5리터와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개발했다. 1.5리터 엔진은 기존 동급 엔진 대비 무게와 부피를 각각 10% 줄였으며, 새 2.0리터 엔진 역시 기존 2.4리터 엔진에 비해 비슷한 수준의 경량화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연료 효율은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이면서도 동력 성능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리터 엔진은 미드십 GR 야리스 M 콘셉트가 발휘한 400~450마력 이상의 출력을 무난히 넘을 수 있으며, 대형 터보차저를 활용하면 600마력 이상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엔진의 장점은 연비와 배출가스뿐만 아니라 높은 활용성이다. 엔진은 전륜, 후륜, 사륜구동 모두에 적용 가능하며, 세로 또는 가로 방향 장착이 모두 가능하다. 토요타는 1.5리터 엔진을 소형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에, 2.0리터 터보 엔진을 대형 SUV, 트럭, 스포츠카 등에 폭넓게 활용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는 엔진을 전동화 시스템과 최적화해 모터, 배터리 등 전기 구동 부품과의 통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엔진들은 합성연료(e-퓨얼)나 바이오 연료 같은 대체 연료와의 호환성도 갖춰, 내연기관의 탈탄소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토요타는 내연기관을 포기하는 대신 그 한계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동화 인프라 부족이나 운전자 취향 등으로 인해 전기차 전환을 주저하는 고객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기존보다 더 효율적이면서도 성능을 높인 내연기관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AMG가 V8 엔진의 명맥을 잇기 위해 2027년 차세대 V8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도 주목을 끈다. 최근 공개한 배터리 전기 콘셉트카 AMG GT XX의 최대출력이 1,341마력애 달할 정도이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연기관도 개발한다는 것이다. V8 엔진에 대한 고객 충성도와 시장 수요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규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및 기타 해외 시장에서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 종료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2030년대 초중반까지는 V8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AMG가 개발 중인 신형 V8 엔진은 2027년 시행 예정인 유로 7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유로 7은 2035년 이전 EU 내에서 적용되는 마지막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부터는 탄소배출 제로 차량만이 신규 등록될 수 있다.
이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염두에 둔 전략이기도 하다. 전기차 기술을 통한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도, 고객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과 정통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BMW CEO 올리버 집세는 유럽은 2035년부터 화석연료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유럽이 자국의 기술적 강점을 발휘하고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리버 집세 CEO는 규제 당국에 대해 합성 연료인 'e-퓨얼'이나 바이오 연료, 수소 연료 전지차 등 다양한 기술을 허용할 것을 오래전부터 촉구해왔다. 그는 유럽의 분위기가 점점 더 비관적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괄적인 이산화탄소(CO2)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2035년에 신차를 100% 배터리 전기차(BEV)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수정하면, 유럽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들도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틀 안에서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BMW는 전기차 시대의 롤러코스터를 예측하며,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내연기관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내연기관을 모두 아우르는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전동화가 더딘 개발도상국 시장이나, 여전히 내연기관을 선호하는 특정 고객층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BMW는 2024년에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V12와 같은 일부 엔진을 단종시키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한 4기통, 6기통 가솔린 엔진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향후 수십 년간 사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BMW의 엔진을 사용한다는 소식은 현대차와 GM의 협력처럼 경쟁 상대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아우디는 가장 먼저 내연기관 개발 중단을 선언했었다. 당초 2033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배터리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판단하고,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고성능 브랜드답게 내연기관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한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이엔에 탑재되는 V8 엔진의 효율성을 개선해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생산을 지속할 계획이다. e-퓨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수소 내연기관 개발 기술도 공개하며, 내연기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변화는 GM이 지난 5월 뉴욕주 버팔로 소재 엔진 공장에 8억 8,800만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에서 실감할 수 있다. 픽업 트럭 등 대형 차량에 탑재될 새로운 V8 고성능 엔진 생산을 위한 것이다.
앞서 GM은 지난 2023년 해당 공장에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투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GM의 내연기관차 투자 확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GM 역시 전기차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캘리포니아 주가 추진해 온 획기적인 휘발유 자동차 판매 금지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상원과 하원은 캘리포니아가 연방 규제보다 더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존의 면제 조치를 무효화했다.
이번 결정은 공화당과 에너지 기업,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승리로 평가받는 반면, 민주당과 환경 단체들은 오염 문제 해결과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심각한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의회 결정에 대해 연방 정부의 부당한 개입은 비논리적이며 정치적인 동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건강과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캘리포니아는 심각한 대기 질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더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면제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에도 이러한 권한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승리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동안 의회는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꺼려왔다.

미국도 그렇지만 그동안 이산화탄소 규제에 가장 강한 규제를 해 왔던 유럽연합도 지난 5월, 신형 승용차 및 경상용차에 대한 CO2 배출 표준 규정의 수정안을 공식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특정 배출량 목표 준수 여부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매년 평가하는 대신, 해당 3년 동안 각 제조업체의 평균 배출량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업계가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2025년 배출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올해 CO2 배출량 기준치를 크게 밑돈 자동차 제조업체는 내년에 기준치를 다소 초과하더라도, 2027년 말까지 3년간의 평균 배출량 목표치만 달성하면 별도의 제재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당초 2025년 목표 미 달성 시 즉각적으로 부과될 예정이었던 막대한 벌금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에 대해 환경 NGO들은 전기차 판매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기존의 엄격한 2025년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완화 조치가 오히려 내연기관차 판매를 부추겨 전기차 보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5년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향후 평균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025년의 CO2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개발 중단이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지만, 최근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한때 해체했던 내연기관 엔진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다시 신설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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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럽의 강화된 유로 7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엔진 개발에 다시 착수했다. 이는 당분간 내연기관, 그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류는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 재난을 겪고 있다. 지구촌이 힘을 합해도 어려운데 역으로 각자도생의 길로 가며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촌의 생명체는 정말로 22세기는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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