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실험실과 안전 테스트에서는 그럴듯하게 작동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핸들을 흔들어 존재를 증명해야 하고, 불필요한 경고음에 시달리다가 결국 꺼버리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도, 소비자가 돈 주고 산 기능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BMW는 2026년부터 선보일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모델을 통해 이 악순환을 끊으려 한다. 단순히 기술을 넣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정말 쓰고 싶어 할 만큼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BMW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운전자의 행동과 시선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기존 차들은 운전자가 핸들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알기 위해 ‘작게 흔들어주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이에 클라세 모델은 스티어링 휠 내부의 정전식 센서가 손이 닿아 있는지를 확실히 구분한다. 이 덕분에 불필요한 핸들 흔들기는 사라진다.
또한 룸미러에 탑재된 적외선 카메라는 운전자의 시선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단순히 ‘전방을 안 본다’는 이유로 경고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는 행동은 안전운전의 일부로 인식한다. 그 결과 쓸데없는 졸음 경고가 줄어들고, 실제 위험 상황에서만 개입한다.
BMW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더라도, 운전자가 분명히 사각지대를 확인한 뒤 움직인 것이라면 핸들이 억지로 되돌아가거나 경고음을 내지 않는다. 이는 기술이 운전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합리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크루즈 컨트롤은 가속과 제동이 제한적이었다. 속도를 줄이고 싶을 때는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했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시스템이 꺼졌다. BMW는 이를 과감히 바꿨다.
노이에 클라세 모델에서는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크루즈가 꺼지지 않는다. 차선을 합류하거나 출구로 빠져나갈 때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이후에는 다시 원하는 속도로 이어간다.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크루즈 메인 스위치를 끌 때만 시스템이 종료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정체 상황이다. 극저속 주행이나 정차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차가 스스로 출발하지는 않고, 운전자가 눈을 뜨는 순간 다시 움직인다. 이는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안전과 편의 사이 균형을 맞추려는 접근이다.

자동 주차 기능은 그동안 소비자 외면을 받아온 대표적인 기술이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직접 주차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했기 때문이다. BMW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노이에 클라세 모델의 자동 주차는 차가 저속 주행 중 주변을 스스로 스캔하고, 가능한 공간을 실시간으로 제안한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확인만 하면, 숙련된 드라이버 속도로 빠르게 주차를 마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복잡한 골목이나 막다른 길에서 유용한 기능도 추가된다. BMW는 차량이 앞으로 이동한 200m를 그대로 후진해 되돌아가는 기능을 구현했다. 좁은 진입로에서 후진으로 빠져나올 때, 운전자가 굳이 방향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 모든 시스템은 단일 칩이 아니라, 네 개의 독립적인 슈퍼컴퓨터 ‘브레인’에 의해 작동한다. 특히 ADAS 전용 칩은 현행 대비 20배 빠른 연산 속도를 내며,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냉식 냉각까지 채택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에 준하는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다.
BMW는 2026년 2분기 출시 예정인 iX3 전기 SUV를 시작으로, 향후 40종 이상의 전동화·내연기관·하이브리드 모델에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BMW의 노이에 클라세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기술이 운전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동료’처럼 곁에서 돕는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운전자 보조 기술이 “테스트에서 통과하는 기계”였다면, 이제는 “사람과 호흡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잘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BMW가 제시한 비전은 분명히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 자동차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기계의 간섭에 짜증을 낼까?” 그 답은 곧 현실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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