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유럽 자동차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2035년 EU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 규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아 유럽 CEO 마크 헤드리히(Marc Hedrich)는 최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전기차 EV4 생산을 시작하며 “우리는 2035년 100% 규제 준수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유럽자동차부품공급업체협회(CLEPA)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에게 보낸 공동 서한과 정반대의 입장이다. 두 단체는 중국발 경쟁 심화와 미국발 관세 부담을 이유로 “현 규제 체계 아래에서는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바 있다.
ACEA는 메르세데스-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Ola Kallenius)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CLEPA는 마티아스 진크(Matthias Zink, 쉐플러 파워트레인·섀시 부문 총괄)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고효율 내연기관차, 수소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아 유럽은 “전기차 출시를 멈춘다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전기차 투자 확대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아는 질리나 공장에 약 1억 2,500만 달러(1억 800만 유로)를 투자해 EV4와 EV2를 생산할 계획이다.
헤드리히 CEO는 “우리는 전기차 출시의 ‘폭풍(avalanche)’을 준비하고 있다. 전환을 갑자기 멈춘다면 비용이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아는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2030년까지 유럽 판매량의 74%를 전기차로 채우되, 26%는 내연기관 기반 차량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이행기는 몇 년간 지속될 것이며, 고객 수요가 있는 한 모든 기술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기아는 ACEA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며, 자매사인 현대차만이 2012년부터 ACEA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이번 입장 표명은 기아가 EU 규제를 순응하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려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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