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당초 내년에 검토될 예정이었던 이 계획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올해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는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중국 브랜드의 공세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유럽자동차공급업체협회(CLEPA)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030년과 2035년의 CO2 감축 목표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심화,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제조 비용 등을 이유로 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현실 점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전속력으로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CO2 감축 계획의 폐기 또는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기술 중립적인 방식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하고 세금 인센티브와 저렴한 전기 요금을 제안했다.
실제로 여러 시장 조사 기관의 예측은 유럽연합의 목표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BMI와 제퍼리스는 2030년까지 EV 시장 점유율을 35%로, 이노베브는 40%, 쉬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는 57%로 예상하는 등, 2030년 80%라는 목표치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환경 단체들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T&E(Transport & Environment)는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 자동차 산업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100만 개의 일자리와 배터리 투자의 3분의 2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EU가 목표를 유지하고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정책을 둘러싸고 EU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자동차 업계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자동차 강국들은 재검토를 지지하는 반면, 프랑스, 스웨덴 등은 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르노, 볼보, 테슬라 등 일부 자동차 기업들도 금지 조치를 유지하길 원한다.
이번 재검토 결정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9월 12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