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에 설치된 HOV(다인승 전용) 차선 안내 표지판.(위키피디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하와이주가 오는 10월 1일부터 차량 내 최소 2인 탑승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교통 규제를 시행한다. 이로써 전기차(EV) 운전자도 더 이상 혼자서는 HOV(High Occupancy Vehicle lane. 고속도로 다인승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HOV는 혼자 운전하는 차량을 줄이고, 카풀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해 교통 혼잡과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1970년대부터 운영돼 왔다. 2005년부터는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특례로 HOV 이용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번 조치는 9월 30일자로 만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와이 교통국은 이번 규제가 HOV 차선의 교통 흐름과 효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특히 혼자서 EV를 운전하며 HOV 차선을 우회해 이용하는 행태가 오히려 교통 혼잡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대에 최소 2인 이상 탑승을 의무화함으로써 차선의 본래 목적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주 정부는 연방 정책이 추후 갱신될 경우 EV 특혜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EV 단독 주행의 HOV 이용 특례는 오랫동안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해왔다. 교통 체증이 심각한 대도시권에서는 EV 운전자들이 시간을 절약하고 통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고, 이러한 편의성은 EV 구매의 중요한 동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변화로 EV 친화적인 정책의 상징으로 꼽히던 하와이 역시 이제는 교통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 셈이다.
하와이의 결정은 미국 내 다른 주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조지아주는 같은 시기 EV 단독 주행 특례를 종료했고 캘리포니아 역시 10월 1일부로 ‘클린 에어 비클(Clean Air Vehicle)’ 디칼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이로 인해 약 52만 명의 운전자가 더 이상 혼자서는 HOV 차선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은 이로 인해 통근 시간이 최대 30분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적으로는 연방 특례 종료 이후 대부분의 주가 EV도 최소 탑승자 기준을 지키거나 유료로 HOV를 이용해야 하는 표준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HOV 차선은 본래 혼잡 완화와 통근 효율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미국 연방 법은 이를 최소 2인 이상 탑승 차량 전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 대체연료 차량이나 EV에 예외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예외 적용이 오히려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예외를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다인승 차량 우대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3-in-1’ 제도나 캐나다 토론토의 HOV 운영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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