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산업은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종종 회자되는 ‘1만 달러짜리 BYD’가 그대로 상륙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내 판매를 위해서는 안전 규제를 충족해야 하고, 현재 100%가 넘는 관세가 사실상 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안(Rivian) CEO RJ 스캐린지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를 논할 때 가격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시각”이라며 “실제로 위협적인 건 기술력이며, 중국차가 실제로 더 뛰어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승부는 제품 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래방, 음성비서, 가정용 IoT 연동 기능까지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소비자 전자제품과 유사한 아키텍처 기반의 빠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뤄지는 신차 개발 속도, 초고속 충전 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모델은 독일 럭셔리카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샤오미 SU7은 포르쉐급 성능을 지향하는 프리미엄 세단으로, 집 안의 샤오미 기기와 완벽히 연동된다. 차량 화면으로 가정 내 보안 카메라를 확인하거나 스마트 스피커로 에어컨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스캐린지는 이 모델을 두고 “매우 잘 만들어진 차”라고 평가했다.
포드 CEO 짐 팔리 역시 “중국차의 차량 내 기술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라고 말하며 경각심을 드러냈다. 포드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신규 EV 플랫폼과 제조 방식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스캐린지는 중국산 EV가 미국에 들어오더라도 1만~1만5,000달러라는 ‘악몽의 가격대’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은 반드시 관세로 가격을 맞추거나, 중국 업체가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결국 가격은 거의 같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에서 차가 싸게 만들어지는 건 인건비와 자본비용, 정부 보조금 덕분이지 ‘마법 같은 기술’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 조건들이 사라지면 가격 경쟁력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에 나설 경우 승부는 비용이 아닌 기술력에서 갈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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