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가 새로운 전기 SUV, iX3를 공개했다. BMW iX3는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신호탄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BMW는 iX, i4, i5, i7 같은 전기차를 꾸준히 내놓았지만, 사실 이 차들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변형한 결과물에 가까웠다. 전기차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지만, ‘BMW가 진짜로 전용 전기차를 만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는 답이 되지 못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 질문에 처음으로 정면으로 답한 모델이 바로 이번에 공개된 iX3다. 이 차는 BMW가 2021년부터 예고해왔던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차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클래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는 BMW의 전동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끌고 갈 핵심 무기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만들면서 겪는 가장 큰 고민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완전히 다른 전기차의 요구 조건을 어떻게 충족할 것이냐는 점이다. 배터리 팩의 크기, 냉각 시스템, 고전압 아키텍처, 그리고 전용 전기 모터와 제어 시스템까지. 이 모든 걸 기존 플랫폼에 억지로 끼워 넣으면 결국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BMW는 그동안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전기차로 시장의 반응을 시험했다. iX나 i4, i5는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800V 전용 플랫폼, 초고속 충전, 소프트웨어 중심의 설계로 무장해 시장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iX3는 그런 의미에서 BMW의 ‘리셋 버튼’ 같은 존재다. 노이에 클라쎄는 800V 전용 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배터리 효율 극대화, 충전 속도 혁신, 그리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제어를 목표로 설계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널 아키텍처(zonal architecture)다.
기존 자동차에는 수백 개의 작은 ECU가 박혀 있다. 창문 하나, 도어락 하나, 심지어는 라이트 하나에도 각각의 ECU가 따로 존재한다. 하지만 iX3는 네 개의 ‘슈퍼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배선 길이가 600미터나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은 20% 개선된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훨씬 간단해진다. 테슬라가 OTA(Over the Air)로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하는 것처럼, BMW도 이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BMW를 떠올리면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전기 SUV iX3는 과연 주행 성능에서도 BMW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수치만 놓고 봐도 확실히 기대할 만하다. 듀얼 모터 시스템으로 최고출력 463마력, 최대토크 65kg·m(476lb-ft)를 발휘한다. 제로백은 4.7초. BMW가 보통 성능 수치를 보수적으로 발표하는 걸 감안하면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는 신형 원통형 셀 기반으로, 유효 용량 108.7kWh. WLTP 기준 최대 805km까지 달린다. 인상적인 건 충전 속도다. iX3는 최대 400k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이는 현존하는 전기차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단 10분 충전으로 370km를 확보할 수 있고, 21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전기차를 타면서 가장 불편했던 ‘충전 대기 시간’을 BMW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BMW가 테슬라 NACS 단자를 기본 장착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충전 편의성 개선 뿐만 아니라. BMW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디자인은 BMW답게 익숙하다. 과격한 실험보다는, 전형적인 BMW SUV의 프로포션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전기차만의 차별점을 담았다. 전면부는 넓은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배기구가 사라진 뒷모습은 전기차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실내는 한마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다. 새로운 BMW 파노라믹 iDrive는 전면을 가로지르는 얇고 넓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각적인 임팩트를 준다. 하지만 BMW는 여전히 물리 버튼을 남겨두었다. 운전 중 필요한 조작은 여전히 버튼과 다이얼로 하는 게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햅틱 피드백이 적용된 버튼이 자리 잡고 있고, 음성 명령도 대폭 강화됐다. 창문, 에어컨, 좌석 조절까지 음성으로 가능하다. BMW는 이를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하는 ‘디지털 컴패니언’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BMW iX3의 가격은 의외로 공격적이다. 북미 기준으로 약 6만 달러(한화 약 8천만 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가솔린 X3 M50보다도 저렴하다. 보통 전기차는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데, BMW는 오히려 반대로 가격을 책정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전략을 택했다.
유럽에서는 올해 말부터 헝가리 데브레첸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미국 시장에는 2026년 중반 출시된다. 타이밍상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기는 어렵지만, BMW는 가솔린 X3와 유사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 시점은 유럽과 미국을 거쳐 2026년 이후가 유력하다.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물량 조절이 변수지만, BMW코리아가 iX, i4, i7 등을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감안하면 iX3 역시 빠르게 들여올 가능성이 크다.
BMW iX3는 BMW가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주행의 즐거움’과 함께 전기차 부분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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