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스타가 마침내 자사의 플래그십 전기 퍼포먼스 GT, ‘폴스타 5’를 세상에 내놓았다. 2020년 공개된 콘셉트카 ‘프리셉트(Precept)’로부터 시작된 긴 여정은 5년의 시간을 거쳐 현실이 되었고, 이번 IAA 모빌리티 2025 무대에서 그 결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폴스타 5가 보여주는 의미는 단순한 신차 발표를 넘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일까. 폴스타 5는 폴스타라는 브랜드가 전동화 시대에 어떤 위치를 점하려는지,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를 드러내는 ‘메시지’에 가깝다.

폴스타 CEO 마이클 로쉘러는 발표 자리에서 “폴스타 5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온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2020년 프리셉트 콘셉트에서 제시했던 디자인 철학과 기술적 비전, 그리고 지속 가능성 전략은 폴스타 5라는 양산형 모델을 통해 구체적 현실로 구현되었다.
폴스타 5의 핵심은 자체 개발 알루미늄 플랫폼, ‘폴스타 퍼포먼스 아키텍처(Polestar Performance Architecture, PPA)’다. 알루미늄을 본딩 기법으로 접합해 차체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확보한 이 플랫폼은 슈퍼카를 능가하는 비틀림 강성을 자랑한다. 이는 곧 차량의 주행 안정성과 퍼포먼스, 그리고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SK온의 112kWh NMC 배터리와 800V 아키텍처가 결합되면서 폴스타 5는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실제로 개발 단계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0%에서 80%까지 단 22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거리는 듀얼모터 모델 기준 670km(WLTP), 퍼포먼스 모델은 565km로 제시됐다. 장거리 주행과 일상 충전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성능 수치도 인상적이다. 듀얼모터 모델은 최고 출력 550kW(748마력), 퍼포먼스 모델은 650kW(884마력)까지 발휘하며, 최대 토크는 1,015N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2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테슬라 모델 S 플래드, 포르쉐 타이칸 터보 등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다.

디자인은 폴스타의 정체성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프리셉트에서 이어받은 ‘스마트존(SmartZone)’과 듀얼 블레이드 헤드라이트, 공기역학적 리어 라이트바와 디퓨저 등은 기술과 미학을 동시에 담았다. 공기저항계수 0.24Cd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이 차가 효율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지향한다는 증거다. 실내는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레카로와 협업한 시트, 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결합돼 ‘럭셔리 퍼포먼스’라는 수식어를 뒷받침한다.

폴스타 5는 전 세계 28개 시장 중 24개 시장에서 우선 출시가 확정되었다. 한국은 2026년 2분기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이는 폴스타 코리아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급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폴스타코리아 함종성 대표는 VIP 프리뷰 행사에서 “폴스타 2와 4가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폴스타 3와 5는 고급화를 본격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폴스타 4가 올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계약률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생산 전략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초기 물량은 북미 수출용으로 한정된다. 국내 생산 및 공급 여부는 가격 경쟁력과 고객 혜택 등 실질적 조건이 충족될 때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략과 국내 소비자 만족도를 균형 있게 고려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폴스타 본사 역시 한국 시장을 중요한 전략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로쉘러 CEO는 “한국은 현대차·기아라는 강력한 로컬 플레이어가 있는 치열한 시장이지만, 폴스타 4가 성과를 거두며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폴스타 5의 국내 출시가 단순한 신차 도입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프리미엄 전략의 가속화를 위한 기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폴스타 5는 폴스타의 지속 가능성 전략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차량이다. 실내에는 BComp와 협업한 AmpliTex™ 직조 소재, 폐어망을 재활용한 에코닐(Econyl), 재활용 PET와 천연 섬유 기반 소재 등이 적용됐다. 이는 무게 절감과 강성 확보라는 기능적 목표를 충족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소재 활용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IAA 현장에서 로쉘러 CEO가 강조한 ‘2035년 EU 내연기관 판매 금지 목표 준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 목표는 산업과 투자자, 소비자에게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이를 후퇴시키는 것은 기후 대응은 물론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폴스타는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정책적 방향성까지 묶어 ‘가이딩 스타(Guiding Star)’라는 자임을 구체화한 셈이다.

폴스타 5는 플래그십 EV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비전과 철학, 그리고 글로벌 전략을 압축해 보여준다. 성능과 디자인, 지속 가능성과 소프트웨어 중심 전동화까지 아우르는 폴스타 5는 전기차 시대의 ‘그랜드 투어러’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정의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폴스타 5의 등장은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확대라는 맥락 속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폴스타가 말하는 “미래를 현재로”라는 표현은, 이제 더 이상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구매 가능한 현실이 된 셈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현장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