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EQS가 1205km에 달하는 장거리 주행에 성공했다.(메르세데스 벤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 벤츠 EQS가 추가 충전 없이 1205km 장거리 주행에 성공했다. 리튬-메탈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고 소폭 개조된 EQS 시험 차량은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스웨덴 말뫼까지 총 1205km를 단 한 번도 충전하지 않고 완주했다.
이번 테스트로 벤츠는 전고체 배터리의 실제 도로 주행 효율성을 입증했으며 양산 단계로의 진입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벤츠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 모빌리티의 진정한 게임체인저이며 EQS의 성공적인 장거리 주행을 통해 이 기술이 연구실뿐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이런 혁신을 2020년대 말까지 양산에 적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수준의 주행거리와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은 영국 브릭스워스에 위치한 메르세데스-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 기술센터와 협력해 개발됐다. 차량에 사용된 리튬-메탈 셀은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 팩토리얼 에너지(Factorial Energy)가 공급했으며 FEST(Factorial Electrolyte System Technology)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벤츠는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셀의 팽창과 수축에 대응하기 위해 공압식 액추에이터를 장착, 셀의 접촉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장기간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기존 EQS 배터리 대비 사용 가능한 에너지 용량은 25% 늘리면서도 무게와 크기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했고 수동식 공기 흐름 냉각(passive airflow cooling)을 통해 추가적인 무게 절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실현했다.
벤츠가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실도로 장거리 주행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완성차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메르세데스 벤츠)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차세대 전지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안정성을 바탕으로 동일한 부피와 무게에서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화재 위험이 낮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충전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상용화 과정에서는 대량 생산 비용과 수명 안정성, 제조 공정의 난이도가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벤츠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양산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파나소닉과 함께 기술 개발을 강화 중이다. 한국의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황화물계와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역시 폭스바겐의 지원을 받아 시제품을 검증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글로벌 업체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과 한국 기업이 기술적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스타트업과 완성차 기업 중심으로 실증 테스트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메르세데스 벤츠의 장거리 주행 성공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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