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머신이 일반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 체코 경찰이 공식 SNS 계정에 공개한 것으로 운전대는 50대 남성으로 체포 당시 헬멧과 레이싱 슈트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체코 경찰)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지난 6년 여 동안 일반 도로를 마치 서킷처럼 질주하며 ‘정체불명의 F1 머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운전자가 마침내 체코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체코 경찰은 현지시간 9일 오전, 프라하 남서쪽 부크(Buk) 마을 인근 D4 고속도로에서 과속 운행 중이던 포뮬러 차량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민들의 제보로 현장에 출동해 51세 남성 운전자를 확인하고 관할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 운전자는 지난 2019년부터 헬멧과 레이싱 슈트를 착용한 채 체코 전역의 도로에서 포뮬러카를 몰고 나타나며 일종의 ‘괴담 같은 목격담’을 남겼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실제 페라리 F1 머신이 아닌 2008~2010년 GP2 챔피언십에서 사용된 달라라(Dallara) GP2/08 모델로 추정된다.
달라라 GP2/08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제 GP2 시리즈(현 F2 챔피언십)에서 사용된 공식 머신으로 자연흡기 4.0ℓ V8 엔진을 탑재해 약 620마력의 출력과 1만 rpm까지 치솟는 고회전 성능을 발휘한다.
체코 도로에서 '영웅'으로도 불렸던 '달라라 GP2'가 일반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 F1 직전 등용문인 GP2를 위해 제작한 모델로 최대 약 620마력의 파워를 발휘한다.(유튜브 캡처)
F1 직전 등용문인 GP2를 위해 설계된 만큼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카본 파이버 모노코크 섀시가 적용돼, ‘준(準) F1’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번호판과 조명, 기본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어 일반 도로는 주행할 수 없는 차량이다.
체코 경찰에 따르면 체포 당시 그는 빨간색 레이싱 슈트와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응하며 차량에서 내리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을 향해 “사유지에 무단 침입했다”라며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경찰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운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전체 상황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라며, “사안은 행정 절차로 이관될 예정이며, 그에게는 수천 코루나(체코 화폐 단위)의 벌금과 운전 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SNS와 언론을 통해 목격담이 끊이지 않았던 체코의 ‘가짜 페라리 F1카’ 에피소드는 이번 체포로 사실상 막을 내릴 전망이다. 경찰은 “도로 위의 모든 차량은 안전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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