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가 4년 전 선언했던 ‘203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 목표를 사실상 철회했다. 현실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새롭게 제시한 목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를 합쳐 전체 판매의 90~100%를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볼보는 디젤차 생산을 이미 중단했으며, 향후 가솔린 엔진의 ‘종말’도 예고했다. 하칸 사무엘손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은 결국 전동화로 갈 수밖에 없으며, 10년 안에 자동차는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 가격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V 판매 부진 속 ‘전략 수정’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1~8월 볼보의 순수 전기차 판매는 9만3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PHEV 판매도 10만7,380대로 1% 하락했다. 가솔린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7% 감소한 25만3,376대였다.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줄어든 49만8,464대에 그쳤다.
사무엘손 CEO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백업 엔진이 있는 전기차’”라며, 새로운 형태의 롱레인지 PHEV 혹은 엔진을 발전기로 사용하는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모기업 지리자동차(Geely)가 르노와 합작한 ‘호스(Horse)’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중국 브랜드가 강자로 부상”
그는 또 “산업 구조 재편은 불가피하다”며 “적응하는 기업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35년경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두세 개의 강력한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내 다른 목소리
볼보·폴스타는 EU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지지하고 있지만, 다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회의적이다. BMW는 내연기관 포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는 “2035년 금지가 시행되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우디와 포르쉐 역시 ‘EV 올인’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폴스타는 최근 뮌헨 IAA 모빌리티 쇼에서 경쟁사들의 ‘EV 100% 전환’ 발언을 직접 인용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이들의 약속 불이행을 조롱하기도 했다.
오는 금요일에는 메르세데스 CEO 올라 켈레니우스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 고위 임원들이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2035년 내연기관 금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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