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다시 한번 격변의 문턱에 서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 CATL이 지난 4월 상하이 ‘테크데이(Tech Day)’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고, 오는 2025년 12월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로써 삼원계(NCM·NCA)와 리튬인산철(LFP)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또 하나의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될 전망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급망 위기 대안으로 부상
리튬은 매장량이 한정적이고, 고순도 제련·정제 공정의 65%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배터리 원재료 가공기술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하며 공급망 지배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나트륨은 지각 내 매장량이 리튬의 약 1,200배에 달하며 해수에서의 추출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특정 국가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철 기반 대체 소재를 활용해 코발트, 니켈 등 독성 높은 귀금속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LFP 사례의 재현 가능성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 도입된다면 LFP 배터리의 성장 경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저가 전기차 시장을 열었던 LFP처럼 나트륨 이온 배터리 역시 경제성을 무기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FP는 2019년 이후 급성장해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과반을 차지했고, CATL과 BYD를 글로벌 강자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일정 수준의 에너지 밀도 개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저비용 전기 모빌리티와 혹한·고산지대 같은 특수 시장에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전 과제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과제
다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리튬 이온 대비 낮은 에너지 밀도로 주행거리가 짧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리튬 가격 하락 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전기차보다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하이브리드차에 더 적합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기업들은 삼원계 배터리 고도화 전략을 앞세워왔지만, LFP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응하지 못하며 일부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줬다. 앞으로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 공급망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상용화 여부와 속도는 향후 글로벌 배터리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출처 : 한국자동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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