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업계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드디어 실차 무대에 올랐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자사 산하 두카티의 전기 레이싱 모터사이클 V21L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해 공개했다. 업계가 말로만 강조하던 기술이 실제 달리는 머신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적용된 배터리는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의 셀을 기반으로, 리튬메탈 음극과 세라믹 분리막을 활용한 구조다. 공식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계산에 따르면 약 21kWh의 용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V21L의 동급 크기 리튬이온 배터리(18kWh)보다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충전 속도다. 기존 팩은 10~80% 충전에 약 45분이 걸렸지만, 전고체 배터리 적용 시 이 시간이 12분대로 단축됐다.

폭스바겐은 이번 발표에서 세부적인 무게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셀 자체와 관련 부품을 제외한 팩 전체의 스펙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그러나 이번 공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수치 이상의 가치가 있다.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무대 위를 달렸다는 사실이 업계에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의 앞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전고체 기반 EQS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1,000km(620마일) 주행거리를 예고했고,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준비 중이다. 스텔란티스 역시 2027년형 닷지 차저 데이토나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ID.4를 비롯한 전기 SUV 제품군이 주행거리와 성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전고체 배터리 성과를 실제 양산 모델에 얼마나 빨리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두카티 V21L 사례를 통해 폭스바겐이 기술 검증을 마친 뒤 향후 전기차 라인업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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