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AMG가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AMG 최고경영자 미하엘 시베(Michael Schiebe)는 내년 출시 예정인 AMG GT XX 양산형 모델에 가상 변속기와 인공 V8 사운드가 적용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시베는 “AMG를 선택하는 건 언제나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 결정이었다”며, “우리는 고성능 브랜드이자 동시에 감성을 전달하는 브랜드다. 전기차 시대에도 그 DNA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에도 V8 감성 이식”
AMG는 초창기부터 AMG.EA 전용 플랫폼 개발 단계에서 인위적인 전기차 사운드와 변속감을 구현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특히 ‘한 사람이 한 엔진을 만든다’는 전통과 V8 사운드의 유산을 전기차에 접목하기 위해, AMG는 몇 년 전 음악 산업 출신 사운드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들과 협업해 가속감, RPM 상승, 변속 충격, 엔진음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베는 “처음 시제품을 시승했을 때는 단순히 괜찮다 싶었지만, 지금은 놀라울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고객이 ‘AMG를 운전하고 있다’는 감각을 전기차에서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340마력 콘셉트 성능 계승
양산형 GT XX는 지난해 공개된 콘셉트카의 1,340마력 출력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가짜 8단 변속기와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 개입과 몰입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AMG는 이 모델 이후 AMG 전용 전기 SUV도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주행 경험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 아이오닉 5 N의 가상 변속기 시스템이 호평을 받은 것처럼, AMG 역시 ‘전기차도 운전이 즐겁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이다.
“진짜냐 가짜냐는 중요하지 않다”
시베는 “사람들은 ‘가짜 사운드’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얼마나 완성도 높고 감동적인 경험을 주느냐다. 고객이 원하는 건 진짜 기계음이 아니라 짜릿한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AMG는 ‘전기차를 V8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고,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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