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GM의 전략적 동맹이 1년여 만에 마침내 구체적인 협력의 첫걸음을 뗐다. 당초 전기차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동맹을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양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과 현대차그룹의 불법 취업 문제 등 악재 속에 방어적인 출발을 선택했다.
GM의 CEO 메리 바라는 2025년 9월 11일,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번 파트너십을 맺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강연 장소는 GM이 지난 2월 새로운 본사로 이전한 건물이었으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참석해 별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2024년 9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사 판매량을 합치면 연간 1,323만 대로 도요타를 뛰어넘는 규모여서, 업계는 차세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면적인 협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25년 8월이 되어서야 양사의 첫 공동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지연된 것으로, 첫 번째 공동 개발 계획도 전기차 부문에서는 2028년까지 북미 지역의 상용 밴 모델 개발에만 한정됐다. 대신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4종을 공동 개발해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러한 논의 지연과 소극적인 출발의 배경에는 미국 대선 이후 구축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내 EV 구매 지원 폐지와 환경 규제 완화는 전기차 보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수입 자동차 및 부품 추가 관세는 양사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겼다. 2025년 2월 기준 현대차와 GM은 미국 내 판매 차량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GM의 관세 부담액은 최대 50억 달러, 현대차그룹은 4~6월 관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8,282억 원 감소했다. 이로 인해 양사는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배분을 재검토해야 했다.
이들의 파트너십이 당초 자본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결과적으로 차세대 기술 투자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이유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불법 취업 문제도 이번 파트너십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취업 혐의로 475명의 근로자가 임시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문제가 향후 배터리 공장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면 GM과의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리 바라는 자동차 제조, 설계, 엔지니어링에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인재가 필수라며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외국 기술과 인력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도 직면한 문제이기에, 양사의 신중한 출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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